교육부가 21일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수준 낮은 원격수업 장기화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높은 탓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학기부터 원격수업을 도입하면서 ‘K-에듀’라고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2학기가 되도록 3분짜리 유튜브 동영상 등으로 수업이 대체되자 비판이 높아졌다. 여기에 돌봄 문제와 아이들 생활 관리, 학력격차 문제까지 겹쳐 학부모들 민심이 극도로 안 좋아진 점도 교육부의 등교재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정한 추석 연휴 특별 방역 기간(9월 28일부터 10월 11일) 중에는 원격수업을 통해 감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교육부의 등교 재개 결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등교가 재개된다고 해도 당장은 학교에 가지 않는 학급이나 학년이 있을 수 있다. 서울 A중의 경우 학년별로 ‘1주 등교수업+2주 원격수업’을 할 예정이다. 21에일 3학년부터 역순으로 등교를 재개할 경우 1학년은 10월 5일에 등교를 할 수 있다. 2학년은 28일부터 등교를 한다고 해도 추석 연휴가 끼어 등교가 가능한 날이 이틀뿐이다.
비수도권 지역도 10월 11일까지는 현재의 2단계 밀집도 조치를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비수도권은 지역 여건에 맞게 교육부와 협의를 거치면 등교 대상 학년이나 인원을 늘릴 수 있다. 개별 학교마다 조정하는 것은 아니고,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감염 우려가 적다고 판단하면 교육부 및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체 학년 등교까지는 어렵고 2/3까지만 가능하다.
추석 연휴 기간 특별 방역기간이 끝나는 10월 12일 이후의 등교 방침은 미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서 “감염병 상황의 추이를 보고 방역당국과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추석 연휴 동안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면 12일 이후 등교수업 날짜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방역에 대한 우려보다 원격수업이 지속되면서 수업의 질과 학력격차 비판이 커지는 점을 더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교육이 학생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점점 커지는 것이 교육 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2학기가 되도록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비율이 6%에 불과하고, 대부분 유튜브 동영상이나 일방적인 과제로 대체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가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는 것에 따른 여러 우려도 있고, (추석 전까지) 열흘이라고 할지라도 등교를 재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도 무작정 등교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 등교를 안 하면 연말까지 영영 못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연말까지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질 일만 남았지 좋아질 일이 없어서 등교를 시도하는 건 괜찮다고 본다. 그래야 학원도 덜 갈 것”이라며 “대신 방과후 생활지도는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기간에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남은 2학기 등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만약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정부가 10월 3일 집회를 제대로 못 막는다면 현재의 등교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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