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협, 이달 20일 남양주 정약용도서관서 비대면 전공설명회
전공정보 전달-진로코칭 생방송
역량중심교육 설명후 컨설팅까지
진로-진학 조화된 설명회 첫 개최
조 시장 “교육본질 전환 계기 기대”
서울진학지도협의회(이하 서진협)와 경기 남양주시가 한국교육의 방향성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진로진학설명회인 전공 설명회를 선보인다. 이달 20일 열리는 전공 설명회는 100% 비대면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대상자는 남양주시 거주 학생과 학부모 들이다.
전공 설명회는 하루 2회 열린다. 오전에는 역량중심교육 중요성, 2021∼2022 대학입시 설명, 전공 설명, 오후에는 고교 3학년 학생들을 대으로 일대일 컨설팅을 한다. 강사는 유석용 서진협 회장과 정제원 교사(숭의여고) 등 14명의 서진협 교사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교사 2명이 나선다. 설명회는 5월 준공한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에서 유튜브, 줌 등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 설명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설명회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학생의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한 내용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과거의 설명회는 진로와 진학이 분리된 채 진행돼 정보 전달이 부족하거나 교육적 측면을 무시한 반쪽짜리 행사라는 지적이 있었다. 기존 설명회는 크게 진로에 중점을 둔 진로 설명회와 대학 입시 정보를 알려주는 입시 설명회로 나뉜다. 진로 설명회는 진로를 충실히 설명하지만 진로 정보를 대학 진학과 효율적으로 연결시키는데 부족했다. 진학 설명회는 진로에 대한 고려 없이 점수에 입각한 대학 진학 방법만을 알려주는 데 치중했다. 특히 설명회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진학 설명회는 수백 개에 달하는 복잡한 대학 전형을 쉽게 알려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학생의 적성을 고려하고 시대 흐름에 적합한 전공을 소개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학 설명회가 계속돼 왔던 것은 전공 전문가의 부족과 간판 및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었다.
이번 전공 설명회는 전공 정보와 진학 정보가 어우러진 게 특징이다. 전공 정보 전달과 진로 코칭이 주된 목적이다. 행사를 기획한 유석용 서진협 회장(서라벌고 교사)은 “학생의 적성과 대학 이후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입학 정보는 학생과 대학, 사회에도 유리하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전공이 갖고 있는 특성과 시대와의 연관을 깨닫도록 도움을 줘 진로에 참고가 돼야 제대로 된 설명회”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의 얘기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2017년 다양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가운데 학생부 종합전형 출신들이 학과 만족도, 성적 향상도, 취업률 및 취업의 질에서 우수했던 반면 정시 수능 전형 출신들이 가장 저조했다는 발표에 담긴 의미와 맞닿아 있다. 2017년 ‘학생부 종합전형 3년의 성과와 고교 교육의 변화’를 주제로 열렸던 발표에서 대학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 적성에 맞춘 전공 탐색을 충실하게 한 학생일수록 대학에서 성취도가 높았지만 점수에 맞춘 학과 선택의 결과는 나빴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대학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렸던 이유도 대학들이 축적한 데이터에 근거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 회장은 “전공 중심 설명회는 기존의 진학 위주 설명회의 틀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은 물론 일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적 조언을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명회에 나서는 강사 교사들은 교직 경력 15∼30년 이상 진학 전문가로 인정받아 왔다. 이들이 진로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재선 성북구 교육전문관은 “서진협 교사들은 현재 ‘설명회 시장’에서 사교육 강사들보다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하다. 이들이 기본을 강조하는 설명회를 지속하면 진학만 강조하는 설명회와 차별성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진협의 전공 중심 설명회는 남양주시의 적극적인 관심 덕에 성사됐다. 남양주시가 서진협의 취지에 공감했던 것은 경쟁 위주의 교육을 역량 중심 교육으로 바꾸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조광한 남양주 시장은 전공 설명회 개최 이유를 “시정에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과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교육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이 교육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삶의 근본을 바꾸는 데 행정이 역할을 하듯, 교육에서도 행정이 교육 콘텐트의 질과 양을 풍부히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미다.
조 시장은 “시민들이 사교육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전공 설명회에는 진학 정보도 들어 있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입학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양주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올해 코로나19로 초래된 비대면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시내 취약계층 학생 2300여 명에게 20여억 원을 들여 노트북을 지급했다.
남양주시가 정약용도서관에서 전공 설명회는 여는 것은 ‘도서관이 공부를 하는 공간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하는 곳으로 변해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조 시장의 시정 철학에서 비롯했다. 도서관이 삶의 기본을 닦는 바탕인 만큼 전공 설명회가 교육의 기본을 강조해 도서관이 갖는 의미와 어울리고 설명회가 유용한 입시정보를 전달하기에 도서관의 성격을 확장시키는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공 설명회 생방송과 앞으로 열릴 전공 설명회도 정약용도서관에서 진행된다.
유석용 서진협 회장은 이번 전공 설명회와 관련해 “진로와 진학이 조화된 설명회를 처음 하는 만큼 모범이 될 수 있도록 4월부터 50여 차례의 자체 연수를 진행했다. 전공의 특성과 시대 흐름과의 연관성을 집중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설명회를 통해 서진협이 진학 전문가 그룹에서 진로교육에도 정통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설명회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의 9000여개 학과를 8개 계열로 나눠 쉽게 설명해주고 진로에 필요한 조언도 해 줄 예정이어서 고3은 물론 중고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서진협 측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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