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박희제]땅장사에 급급한 인천경제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박희제·인천취재본부장
박희제·인천취재본부장
최근 인천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기관이 땅 장사에 혈안이 되고, 도시계획은 뒷전으로 밀리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맏형 격인 송도국제도시가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전국 처음으로 정보화신도시인 ‘U(유비쿼터스)시티’ 모델을 선보였고, 수익과 비수익사업을 조화롭게 균형을 맞춘 ‘링키지 도시개발’ 방식을 적용한 첨단도시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젠 완전히 딴판이다.

송도국제도시 6, 8공구는 국제도시의 면모를 찾아볼 수 없는 주거단지로 전락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국제공모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유치하려던 8개 기업의 컨소시엄과 법정 소송에 휘말린 이후 민간개발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 그간 민간투자에 따른 개발이익금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왔으나 6, 8공구에선 제대로 된 문화, 관광, 녹지공간이 없어 황량한 베드타운과 같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인천대교 바로 옆 방음벽을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6, 8공구에 들어가 보면 도로가 갑자기 끊기고, 도로 폭도 제각각이다. 대중교통망이나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6, 8공구와 달리 국내외 자본 유치를 통해 도시기반시설이 구축된 송도국제도시 1, 3공구에서는 주거단지 개발이익금으로 국제학교, 센트럴파크, 아트센터 인천과 같은 비수익 공공시설을 짓도록 했다. 민간투자자가 이런 비수익 시설을 완수해야 제2, 제3의 아파트 단지 건립을 승인하는 링키지 도시개발 방식이 철저히 준수됐다.

인천 3곳의 경제자유구역 중 청라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해 도시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있어 수익성 중심의 개발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주도해 스마트도시, 녹색도시, 창조도시, 지속가능한 도시와 같은 미래도시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은 송도국제도시가 유력하다. 그럼에도 민간의 창의력과 자본을 끌어들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미래도시를 건설해 보겠다는 청사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법원이 3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6, 8공구 내 대상산업컨소시엄 투자사업에 대해 화해 권고를 했으나 인천경제청이 지난주 이를 거절했다. 땅값 상승에 따른 이익을 민간투자자가 아닌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공익적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논리가 너무 빈약하다. 인천경제청은 공기업처럼 수익을 내는 기관이 아니다. 도시의 공간 배치, 토지이용계획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율적 투자를 이끌어내고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유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희제·인천취재본부장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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