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막힌 판로, 온라인 직거래로 뚫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03시 00분


행사에 사용되는 수국-작약, 코로나 확산으로 소비 급감
강진 화훼농가, 온라인 판로 개척… 전체 판매량의 20∼30% 소비
해남 절임배추도 홈페이지로 판매

김양석 강진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58)가 재배한 수국을 수확하고 있다. 강진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결혼식장과 호텔 등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수국과 작약의 주산지이다. 강진군 제공
김양석 강진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58)가 재배한 수국을 수확하고 있다. 강진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결혼식장과 호텔 등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수국과 작약의 주산지이다. 강진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온라인 농산물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농민들은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고 있다.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음식료품을 포함한 전국 농·식품 온라인 거래가 2001년 1810억 원에서 2016년 8조7990억 원으로 연평균 29%씩 증가했다. 또 전체 농·식품 거래액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5.4%에서 2016년 13.4%로 8% 늘었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비대면 농산물 온라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판매 방식도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 강진의 수국과 작약, 화훼 농가들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기온이 온화한 해양성 기후인 강진은 2009년부터 수국 재배를 시작해 현재는 17농가가 5.5ha, 작약은 2012년부터 재배가 본격화된 뒤 현재 39농가가 13.1ha를 재배하고 있다. 수국은 전국 생산량의 30%, 작약은 8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수국과 작약은 1년에 한 번 꽃을 피우는데 제때 팔지 못하면 폐기해야 한다. 수국은 늦가을에 재배를 시작해 겨울을 지내고 봄부터 수확한다. 수국은 3∼8월, 작약은 4∼6월에 집중적으로 출하된다. 수국과 작약은 결혼식, 졸업식, 입학식 등 행사에 사용되거나 백화점과 호텔 연회장 등을 꾸미는 꽃으로 쓰인다.

올 2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각종 행사가 중단되자 수국과 작약 소비가 급감했다. 가격이 폭락하면서 공판장 경매가 유찰되는 등 피해가 컸다. 강진군은 3월부터 수국 1인 1송이 사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농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를 통해 판로를 넓혔다. 수국을 재배하는 그린화훼영농조합법인 김양석 대표(58)는 “코로나19로 시련을 겪었지만 온라인 직거래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진 화훼농가들은 올해 수국 7만7000송이, 작약 24만 송이를 판매했다. 온라인 직거래로 전체 판매량 가운데 20∼30%를 팔았다. 강진군은 온라인 직거래로 수국 농가 소득은 30∼50%, 작약은 50∼100%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국 강진군 친환경농업과 원예특작팀장은 “기존 도매시장, 공판장을 벗어나 새 판매망을 확보하면서 농민들이 농산물 공급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로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농민도 있다. 2014년 전남 해남군 북평면으로 귀농해 해남만재농장을 운영하는 전세정 씨(41·여)는 유자, 단감, 절임배추 등을 판매한다. 전 씨는 5월에는 홍감자, 6월에는 비파와 마늘, 9월에는 태추 단감과 고구마, 11∼12월에는 친환경 유자와 절임배추를 출하한다. 대부분 해남만재농장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고 포털 판매망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 씨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농작물을 직접 포장하고 가장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 택배로 보낸다.

정미라 해남군 농촌지도과 농업교육팀장은 “전 씨처럼 온라인으로 승부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온라인 직거래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