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귀향 자제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많은 국민들도 이에 호응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연휴를 이용해 근교 나들이 등 외부활동을 계획 중인 이들도 많아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한강변에 몰린 전례와 마찬가지로 귀향 자제 캠페인이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8)는 경북 영천이 고향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설과 추석 명절에는 거르지 않고 고향에 내려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올해는 고민에 빠졌다. 칠순 고령의 부모님께 5살 자녀를 데리고 이동하기 부담스러워서다.
A씨는 “나이 드신 분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고 하는데 행여나 폐를 끼치는게 아니라 걱정된다. 매일매일 뉴스를 보며 확진자 수를 체크하는데 쉽게 떨어지지 않아 고민”이라며 “이번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하시지만 또 막상 명절연휴만 손꼽아 기다리시는 부모님이 얼마나 섭섭해하실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A씨는 “열차표 예매에도 실패해서 자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중간에 휴게소를 안 들를 수도 없지 않느냐”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명절은 넘기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질 때 찾아뵐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A씨처럼 귀향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지만 연휴 기간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기 휴양지의 숙박업소는 이미 예약이 꽉 찬 곳도 속속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호텔과 리조트 업계에 따르면 주요 휴양지의 특급호텔들은 8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리조트는 전국 평균 85% 이상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부산·강원·제주 등 인기 휴양지 리조트는 이미 100% 매진된 곳도 있다. 추석이 임박하면 전국 평균 예약률이 90% 이상 올라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서울 도심내 호텔은 한산한 편이다. 현재 추석 연휴 기간 서울도심 호텔 예약률은 30~40%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고향 등 타지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서울 도심 호텔 예약률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추석 연휴 동안 이용률은 50~60%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 연휴 기간 인기 관광·휴양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 귀향 자제 캠페인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9시 이후 취식이 금지되자 한강 공원에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과 마찬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기간 다중이용시설·관광지 등에 대한 방역관리대책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다. 구체적 방역 지침은 다음 주중 발표할 예정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추석 연휴기간 국민 여러분께서는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달라고”고 재차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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