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종, 수사기밀 행정처 전달 혐의
1심 “수사 저지할 목적 없었다”
전현직 법관 6명 잇달아 무죄
“무리한 기소” “제식구감싸기” 갈려
법원 직원의 비리에 대한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60·사법연수원 15기)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한 네 차례 1심 재판에서 이 전 법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법관 6명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2·2기)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1·16기) 등 8명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법원장에게 18일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2016년 서울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되자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사 기밀을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전 법원장이 서울서부지법 직원들에게 검찰의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영장 사본을 유출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 사실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에게는 (집행관 비리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하겠다는 목적 외에 수사를 저지하겠다는 목적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집행관 사무소 직원 등에게 영장 사본을 확보하라거나 관련자 진술을 파악하라고 지시하지 않았고, 이는 기획법관이 스스로 알아본 것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기획법관도 법정에서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보고 문건을 보냈고, 이 전 법원장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법원장이 영장 사본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고, 설령 지시했더라도 이는 (내부 감사를 위한) 법원장의 정당한 업무여서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은 재판 직후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을 해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마치 기획법관의 단독 범행인 것처럼 결론을 내렸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잇따라 선고하면서 법원 안팎에선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과 함께 법원이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올 1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54·19기)에 대한 무죄 선고를 시작으로 2월엔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55·19기),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54·24기),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8·25기)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달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56·17기)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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