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8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비자발적 실직이나 휴업 같은 경제적 여파가 비정규직, 여성, 저임금노동자에게 더 크게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피해가 크게 나타나 노동 취약계층 사이에서도 격차가 층층이 분절되며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직장갑질119는 21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에서 ‘코로나19 8개월 대한민국 일자리 보고서 발표회’를 열고,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의 1차 조사와 6월의 2차 조사에 이어 코로나19로 직장생활 변화를 살펴보기 위한 세 번째 조사였다.
◇비정규직 실직은 정규직 7배…노동취약계층 코로나 피해 특히 커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8개월 동안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15.1%였다. 같은 문항에 대한 지난 6월 조사의 응답률 12.9%보다 다소 올라갔다.
실직경험은 여성, 노조없는 회사, 비사무직, 저임금노동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계약직, 일용직, 파견노동자로 대표되는 비상용직(30.6%)의 실직경험은 정규직(4.3%)의 7.5배에 달했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실직경험은 32.2%로 정규직의 8배로 나타났다.
지난 6월의 2차 조사결과에 비교해보면 실직을 경험한 비상용직과 프리랜서·특고노동자의 비율은 각각 4.8%p 증가했다. 반면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상용직의 실직경험 증감 비율은 0.3%p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의 사회안전망은 상용직을 중심으로 짜여있여, 비상용직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 8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은 적 없다고 답한 비상용직은(85.5%) 지난 2차 조사(75.3%)보다 10.2%p 증가했다. 반면 같은 질문에서 상용직은 2차 조사 응답률(66.7%)과 비교해 3차 조사(57.7%)에서 9%p 감소했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K뉴딜, 전국민고용보험제 등 코로나 이후에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정부의 많은 노력이 상용직에 집중된 것이 아닌가”라고 분석하며 “코로나로 노동시장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취약계층도 층층이 분절화…“전국민고용보험 시급”
발제에 나선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비정규직 중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직경험의 경우 고용보험 밖 비정규직은 34.2%로 정규직 4.3%,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 28.3%에 비해 특히 높았다. 고용보험 밖 비정규직의 소득감소도 66.3%로 정규직(19.3%), 고용보험 가입 비정규직(45.5%)과 비교해 차이가 컸다.
실직 상태에서도 실업급여, 고용안정지원금, 휴업수당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의 소득지원이라도 받은 정규직 비율이 54%인데 비교해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조 대표는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 중에서도 몰라서 가입못했다는 응답이 77%가 넘고, 노동자가 요구해도 사업주가 신고 안 해주는 등 고용주의 위법행위에 따른 미가입 비율도 절반이 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고용보험 미가입 비정규직들이 직격탄을 받았다”며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시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달노동 뛰어든 실업자·자영업자…“소득 급감해도 실업급여 못받아”
배달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으로 뛰어들면서 일은 하고 있지만 소득이 크게 감소한 사람들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나 실직자들이 배달노동자로 뛰어들면서 통계상으로는 실직자로 잡히지 않는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 소득 역시 급감했어도, 어떤 형태로든지 일은 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승윤 교수는 “비대면으로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면서 해고가 쉬운 플랫폼 노동이 강조되고 있는 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지표들이 가진 사각지대와 한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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