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화투 살인’ 전말…20만원 잃은 전과 45범 “다 죽고 할복”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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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2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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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시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피해자 아파트. © 뉴스1
화투 시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피해자 아파트. © 뉴스1
“흉기를 들고 현관문을 등진 채 ‘아무도 못나간다. 모두 죽이겠다’고 소리치며 협박한 사람을 (경찰이)풀어 준게 결국 이 사달을 냈다.”

70대 여성 2명이 목숨을 잃은 ‘화투 시비 살인’ 사건이 발생한 경기 분당시 한 아파트단지에서 22일 오후 만난 한 노인은 “경찰이 잘못된 진술을 듣고 흉악범을 풀어줬다”며 이웃을 잃은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이 노인은 화투 시비 당시 피해자 A씨(76·여)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상황을 지켜본 당사자다.

노인은 “그날(19일) 오후부터 남성 2명, 여성 3명이서 화투를 쳤다. 평소에는 점당 100원짜리 쳤는데 김씨(피의자)가 점당 500원으로 치자고 했고, 다들 동의해 점 500원짜리 화투를 쳤다”고 당시 화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이 노인에 따르면 19일 저녁 20만원을 딴 여성 1명이 갑자기 딸 전화를 받더니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 피의자 김씨(69)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돈을 잃고 있었던 김씨는 “따면 집에 가고 잃으면 밤새도록 치냐”고 소리치며 갑자기 집에 가려는 여성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 그런 후 김씨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도박하고 있으니 다 잡아가라’고 신고했다.

노인은 “경찰 도착 전 화투와 현금 등을 숨겼고, 증거를 잡지 못한 경찰은 돌아갔다. 그러자 김씨가 갑자기 안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현관을 등진 채 서서 ‘아무도 못간다. 다 죽이고 나도 할복하겠다’고 소리쳤다. 여자들 모두 겁에 질렸고, 그중 한명이 몰래 베란다로 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노인은 “경찰이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자 김씨는 들고 있던 과도를 주머니 속에 숨겼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협박했다고 이야기했고 경찰은 김씨를 데려갔다. 그런데 다른 동에 사는 한 주민이 김씨에 대해 ‘범행할 사람 아니다. 좋은 사람이다’라고 진술해줬다. 그리고 풀려난 김씨가 이 사달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 노인 주장대로 경찰은 김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표해 경찰서로 데려갔으나 고령인점, 신원보증이 된 점,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사유로 2시간 만에 그를 석방했다.

경찰은 김씨의 전과 기록이 45건에 달하는 점도 확인했지만, 석방 과정에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19일 오후 11시50분쯤 흉기를 들고 다시 화투를 쳤던 집을 찾았다. 그곳에는 집주인 A씨와 A씨의 지인 B씨(73·여)만 남아 있었다. 김씨는 약 30분 후인 20일 오전 0시 20분쯤 A씨 집을 빠져나왔고, 같은날 오전 7시50분 A씨와 B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CCTV 및 범행도구에 남은 흔적 등을 토대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A씨의 바로 옆집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그날(19일) 낮부터 시끌시끌했다”며 “다음날 아침에 보니 피가 현관문 밖으로까지 흘러나와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그날은 언니집에 가서 자고 왔다”며 몸서리를 쳤다.

현장 목격 노인은 “김씨는 성격이 흉폭했다. 6~7년 전에는 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을 다치게 한 적도 있다. 그 일로 2년을 살다(복역) 왔다. 뉴스를 보니 전과 45범이라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풀어줬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라며 탄식했다.

한편 김씨는 22일 오전 11시 수원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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