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거주하는 이모씨(31) 가족은 이번 추석연휴를 앞두고 돌아가신 친조모를 모신 추모원을 미리 방문했다. 보통 추석 당일 추모원을 방문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예년보다 방문을 서둘렀다.
이씨는 “추석 연휴에는 보통 어딜 가나 사람도 많고 길도 많이 막힌다. 요즘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식당이나 카페도 가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고 있다”며 “추석 때는 집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22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61명 증가한 2만3106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 중 지역발생 사례는 51명, 해외유입은 10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사흘째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사례도 전체 확진자의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순간의 방심이 다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추석연휴(9월30일~10월4일)가 코로나19 가을철 대유행의 분수령으로 보고 친지 방문·여행 등 이동 자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도 추모원이나 친지를 미리 방문하는 등 ‘비대면 추석’ 계획을 짜며 방역관리에 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30)는 귀성길에 사람이 몰릴 것을 고려해 충북 보은에 있는 할머니 댁을 미리 다녀왔다. 김씨는 “할머니 댁에선 올해 제사도 지내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할머니가 추석 연휴 내려올 필요 없다고 손사래를 치셨다”며 “연휴에는 집에만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가 계신 충남 아산으로 향하는 한모씨(32)는 “올해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집에 있기로 했다”며 “요즘 같은 때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도 ‘비대면’ 추석을 위해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추석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를 유료로 전환해 이동량 감소를 유도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내 음식 메뉴는 포장만 허용한다.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시민들을 위해 온라인 성묘도 운영한다. 21일부터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고인의 사진을 등록해 추모관 꾸미기, 추모글 작성 등을 할 수 있다.
봉안시설 이용자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을 제한하고 9월 셋째 주부터 10월 셋째 주까지 제례실·유가족 휴게실을 폐쇄 조치하고 실내 음식물 섭취를 금지하기로 했다.
요양시설과 의료기관에 대해선 면회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한 경우 사전예약제를 통한 비접촉 면회를 하도록 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최근 중대본 회의에서 “추석 연휴에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범부처 역량을 동원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 관광지 숙박 예약이 많은 상황인데, 가급적 고향에는 마음만 보내고 여행은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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