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추측해 명예훼손"
검찰 "할머니 치매 이용해 7920만원 받아"
윤 의원 등 "할머니 뜻 치매로 폄훼한 것"
정의기억연대가 23일 수요집회에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숨진 손모 마포쉼터 소장이 공모해 길원옥 할머니에게 거액을 기부하게 했다는 내용의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고인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반박했다.
정의연은 이날 낮 12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제1458차 수요집회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개최했다.
이나영 이사장은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손 소장이 윤 의원과 공모했다고 본 검찰 조사결과에 대해 “당사자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돼 해명조차 불가능한 사안을 끄집어내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추측해 고인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평화와 여성인권의 가치를 널리 알리신 피해생존자의 존엄한 행위를 폄훼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정의연은 지난 30여년간 일본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며 피해자들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해 싸워왔다”며 “극우 역사수정주의자들의 광범위한 방해 행위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고 한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생존자들의 삶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피해자와 동행하고 성심을 다해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트라우마 치유에 기여했던 사람들의 입을 막거나 무력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위안부 문제해결전국행동’ 단체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선 “우리는 길 할머니가 스스로의 생각과 언어로 평화와 인권을 호소하고 스스로의 의사로 여러 기부를 해오신걸 기억한다”며 “또 우리는 길 할머니가 고(故) 손 소장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러 활동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풍족한 여생을 살아오는 걸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할머니와 함께 울고 웃고 같이 분노했던 그 오랜 시간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논리를 받아들여 검찰이 기소한건 길 할머니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를 감동시키고 분발하게 했던 길 할머니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의사를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검찰이 단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 대표이자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 의원을 준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등 6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혐의 중에는 당초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이 사건 파급력이 커진 만큼 준사기 부분에 이목이 집중됐다.
윤 의원과 숨진 손 소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 할머니의 치매를 이용, 지난 2017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9회에 걸쳐 7920만원의 기부를 받았다는 게 혐의의 골자다.
‘준사기’는 미성년자의 지적능력 부족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할머니 직접면담, 의료기록 등을 종합해 기소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으나 윤 의원 등은 “할머니의 뜻을 치매로 폄훼했다”며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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