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는데) 또 술을 달라고 해서 뒤에서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뒤에서 수건으로 매듭을 만들어 조였는데, (검증당시 매듭이 안 만들어지자)아니에요, 그냥 (조여지라고) 수건을 비틀어서 잡아 당겼어요.”
24일 오후 2시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표극창)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6·여)의 ‘법정검증’ 자리에서 A씨는 이같이 범행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재판부의 잇단 물음에 계속해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거나, 기존 진술을 다시 정정하는 등 다소 오락가락 진술을 이어갔다.
A씨는 “딸이 아들과 왜 싸우고 집을 나갔나?”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모르겠다.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왜 아들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쳤나?”고 묻자 “술을 마셨는데, 또 달라고 해서 내리쳤다”면서 그 뒤 수건으로 목을 조른 과정에 대해서 매듭을 했다고 말했다가, 재현 과정에서 (수건이 짧아서) 매듭이 되지 않자 “매듭을 안하고 그냥 졸랐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아들이 반항하지 않았나”라는 물음에도 “반항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재판부는 앞선 2번의 재판에서 “키 173㎝에 100㎏이 넘는 거구의 성인 남성을 어떻게 70세가 넘는 고령의 노인이 살해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법정에서 ‘검증’을 해보겠다면서 이날 A씨에게 당시 상황을 재현하도록 했다. 현장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의사와 법정경위를 배치하고, 법원 공무원의 지원을 받아 아들 역할을 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재현 후에도 A씨의 진술에 석연치 않은 점이 보이자, 변호인에게 법정에 출석한 딸의 증인심문 여부를 물었다. 그러나 변호인은 딸의 증인심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재판부 직권으로 A씨의 딸을 증인심문 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딸에 대한 증인심문을 예고하면서 “딸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이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당시 상황을 딸에게 물으려 한다”고 말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10월20일 오전에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게 “고령에 왜소한 체구의 피고인이 정말 아들을 죽인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재판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심 선고를 연기하고) 속행한다”고 밝히면서 재판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A씨는 당시 재차 “아들을 정말 죽인게 맞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아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매일 집에서 술을 마시고, 함께 생활하는 딸과 손주들에게 지속적으로 술주정을 해왔다”면서 “피고인은 범행 당일 아들이 마실 술병을 냉장고에서 꺼내오다가, 아들이 또 다시 술주정을 하자 우발적으로 머리를 때리게 됐고, 피를 흘리던 아들의 머리를 닦아주던 수건으로 순간 목을 감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4월21일 0시57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술에 취한 아들 B씨(50)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리고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직후 112에 직접 신고해 “아들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알코올에 의존해 행패를 부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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