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수처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일부 추가 검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17시 41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뉴스1 © News1
최근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은 “일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24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최근 A4용지 13쪽 분량의 ‘공수처법 개정안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 등은 입법부 소관”이라면서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실체적·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수사관 인원 파견, 공수처장의 직무 권한, 공무원의 고발 의무 등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개정안이 공수처 수사관 인원을 기존 ‘40명 이내’에서 ‘50명 이상 70명 이하’로 늘리고 검찰로부터 인원 제한 없이 파견받도록 한 것에 대해 대법원은 “조직이 비대해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검찰청으로부터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은 경우에는 이를 공수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한다”는 조문이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 이 단서 조항이 빠졌다.

대법원은 공수처장이 직무 수행할 때 관계 기관의 장에게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경우, 관계기관의 장이 이를 따르도록 한 점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수처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하도록 하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등의 예외사유 규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공무원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알게 되면 공수처에 고발하도록 한 개정안은 공무원 고발 의무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과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사위 소위에서는 여야 간사 합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선정하게 했다. 현행 여당 2명, 야당 2명에서 국회 4명으로 바뀌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
고도예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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