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47)를 북한군이 총격으로 사살한 만행을 접한 시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부의 부실대응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강력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만난 박철민씨(41·가명)는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북한이 이렇게 도발한 게 벌써 몇 번째냐”며 “이번에는 도발을 넘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부가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씨(33)도 “북한은 원래 종잡을 수 없는 곳”이라면서도 “일반인을 죽여 놓고 왜 죽였는지 말도 안 하고, 우리나라를 너무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화를 냈다.
장모씨(31) 역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북한에 대한 기대는 반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의무에 관한 문제다. 남북정책을 떠나 사건 조사가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김재민씨(37·가명)는 “22일 대통령 보고까지 들어갔다고 하던데 대북 평화기조를 유지하고 싶었던 탓인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며 “평화기조를 지키려고 국민 하나를 희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가 압박해서 군도 어쩔 수 없이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정부의 책임이 크다. 말로만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하지 말고 바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씨가 월북을 시도하다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군과 정보당국의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조모씨(29)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북한이 월북을 시도한 사람을 곧바로 총으로 쐈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며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확실히 드러난 뒤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문제가 커질 게 두려워서 몰아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A씨의 형도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월북이라는 단어와 근거가 어디서 나왔는지도, 왜 콕 짚어 특정하는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온라인상에서는 청와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A씨의 행적을 파악한 이후 총격이 이뤄지기까지) 6시간의 행적을 초 단위로 해명하라”, “보고 받고 즉각 대응했으면 죽었을까” 등의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이 A씨에 대한 보고를 받은 시점부터의 행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대통령으로서의 대응이 적절했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6시36분 첫 서면보고를 받고, 23일 오전 8시30분 서훈 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정리된 첩보를 대면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전 9시 국방부의 사건 분석결과를 대면 보고받고 낮 12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정부 입장은 오후 3시 브리핑을 통해 발표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광역지자체장 조찬 간담회에서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24일 뒤늦게 사건을 공개하고 이장을 발표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대통령은 구두보고를 받고도 구출지시를 안 내렸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살해당하고 불타는 6시간을 바라만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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