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니 들러라·잠깐 얼굴보자”…연휴 앞 울고 웃는 며느리들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8일 11시 49분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석특별방역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 News1
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석특별방역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아직까지 시부모님께서 오라마라 말씀이 없으셔서 아무래도 가야 할 것 같아요.”

“‘추캉스’(추석+바캉스)도 가는데 ‘잠깐 들르라’고 하시는데 어쩌겠어요. 그래도 평소보다 오래 머물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유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며느리들의 눈치싸움도 접입가경으로 가는 모습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연장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추석 연휴 특병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방문을 자제하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는 게 불효가 아니며,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달라”며 집에 머물러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하지만 고향에 부모님을 둔 자녀와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여간 쉬운 결정이 아니다. 물론,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먼저 말하기도 어렵다.

경기도 수원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씨(33·여)는 시어머니로부터 “큰 집은 온다더라”는 한 통의 전화로 추석 연휴 계획을 변경했다.

그는 “어린 아이도 있어 이번 추석은 ‘집콕’을 하려고 했는데 큰형님 댁이 간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게 됐다”며 “그래도 오래 있진 않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부 한모씨(48·여)에겐 ‘아들아, 이번 추석엔 내려오지 말아라’는 시부모님은 남의 얘기다.

그는 “추캉스도 가는 마당에 고향에 못 갈 것도 없지 않느냐는 시어머니 말에 딱히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며 “놀 사람들은 다 놀러 다니는데 우리 가족만 집에 있는 것도 곱씹어보니 억울하기도 하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를 고려해 결정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씨(44·여)는 “최근 확진자가 두 자릿 수로 떨어졌고, 연휴도 상대적으로 길어 하루쯤은 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며 “먼저 오지 말라고 하시긴 했지만, 기다리게 되는게 사람 마음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씨는 “남편도 차마 먼저 ‘이번엔 안 내려가겠다’고 하지 않고 있어 싸움 아닌 싸움도 했다”며 “그냥 가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놓은 추석 방역대책이 보다 강력했으면 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주부 최모씨(50·여)는 “이동 금지라든지, 법적 처벌이라든지 정부에서 좀 더 강력한 신호를 줬으면 했지만 권고 수준이어서 아쉬움을 느꼈다”며 “시골에 계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현재 수도권 상황을 잘 모르시다보니 당연히 오는 것으로 생각하시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이같은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을 금지해달라’, ‘추석 연휴는 거리두기 3단계를 활용하자’, ‘추석 연휴 지역간 이동을 제한해 달라’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청원인들은 “저 뿐 아니라 이나라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번 추석에는 못가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며느리 된 입장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못 간다고 말 한마디 못하는 답답한 심정을 아시냐”고 호소했다.

방역당국은 여전히 고향이나 친지 방문, 여행 등의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내 하루 확진자 수가 나흘째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감소 추세지만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면서도 “전국적 이동과 밀접접촉 가능성이 높은 추석연휴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 한 시기”라며 추석을 올 하반기 방역의 분수령으로 꼽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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