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정치권의 압박에 부랴부랴 시작된 수사와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아들 서모씨(27), 전 보좌관 최씨, 당시 미2사단 지역대장 이모씨(대령예편)에 대해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병가 등 휴가 신청 및 사용’ 과정에서 위계나 외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부대 미복귀’는 휴가 승인에 따른 것이므로 군무이탈의 ‘범의’(범죄를 행하려는 의사)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9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는데, 지난 5월 관련자 참고인 조사, 8월 초 삼성서울병원·국군양주병원 압수수색 등 지지부진한 수사를 해왔다. 그러던 8월 말 정치권에서 관련 폭로가 쏟아지자 9월부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제대로 된 수사는 약 한 달 동안 이뤄진 것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나마도 추 장관에 대해선 서면조사 1회로 끝냈다.
지청장 출신 A 변호사는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끝낸 것 같다”며 “이런 식(전부 무혐의)으로 결론 낼거면 빨리 했으면 됐지, 9개월씩 끌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서초동 B 변호사도 “검찰에서 유무죄 결론을 내리고 이론 구성을 마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면서 “초기에 강단있는 수사를 했어야했는데, 실기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석연치 않은 부분은 서씨가 휴가 추가 연장 승인을 받은 6월21일, 추 장관이 전 보좌관 최씨에 서씨 부대 지원장교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 아들인 서씨와 통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그 날 병가 추가 연장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은 서씨는 보좌관에 관련 문의를 해달라 요청했다. 보좌관은 서씨의 요청에 따라 문의를 했는데, 해당 지원장교의 개인 번호를 준 것이 바로 추 장관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추 장관이 개입해 청탁을 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추 장관의 부탁을 받은 보좌관이 이미 21일 승인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정기 휴가에 대한 확인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 청탁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청탁이 없었다는 근거로 “서씨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 조치를 취한 후 추 장관에 알려준 것일뿐 장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는 최씨의 진술과 “서씨의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했을 뿐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이 알아할 내용을 최씨가 알려준 것”이란 추 장관의 서면조사 진술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당시 ‘예외적 상황’, ‘내부 검토 후 연락’이라는 말로 비춰볼 때 이미 승인 받은 상황임을 알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추 장관이 어떤 경위로 번호를 입수해 보좌관에 먼저 번호를 건넸는지, 번호를 알려주기 전 서씨와 보좌관과 추 장관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 등에도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우선 진단서 등 증빙서류가 없는 이유는 군 내부에서 확인할 몫으로 넘겼다.
추 장관 부부가 국방부에 직접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7년 6월 당시 국방부 국방민원상담센터의 민원 처리 대장 등 관련 데이터를 검토했으나 민원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원장교가 ‘국방부 민원실’이라고 소속을 밝힌 남성으로부터 서씨의 병가연장 관련 민원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도 “실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는 통신내역 보존기한이 지나고 당시 (지원장교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해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B 변호사는 “검찰은 코로나 때에도 다른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진행해왔다. 장관 관련 수사라 더 엄중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면서 “이미 무혐의를 위해 이론 구성을 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검찰 개혁이다. 최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믿지 못하는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감은 결국 추 장관과 현 정권이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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