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의 블랙박스, 증거 사용 여부 놓고 엇갈린 1,2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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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일 0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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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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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자가 사고를 낸 영상이 담긴 음주운전자 차량의 블랙박스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1,2심 판결이 엇갈렸다.

박모씨(43)는 지난해 1월 음주운전을 하다 정차 중이던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박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박씨로부터 동의를 얻었다고 진술한 점, 임의제출에 반드시 임의제출동의서나 확인서 등 형식적 서류가 요구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블랙박스 영상이 담긴 메모리칩이 적법한 증거라고 봤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은 제출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임의제출동의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박씨 주장을 받아들여 블랙박스 영상을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메모리칩 및 사고 영상을 취득하면서 압수조서·목록을 작성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것은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 제19조는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설령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이 같은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위반이 아니라고 달리 볼 수 없다”며 “해당 규정은 압수물 존부·형사변경 등을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압수자들의 압수물에 대한 환부·가환부청구권 등 각종 권리행사를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소송법 등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이 사건 사고영상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경찰이 임의제출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박씨가 이를 부인하고 있고 임의제출 동의서 등 동의를 받았다고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없어 박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임의제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의 법정진술 등 다른 증거로 박씨의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1심 유죄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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