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했던 정황 속속 드러나
렘데시비르 두차례 사용후 덱사메타손까지 전격 투약
의료진 “빠른 회복위해 선택”
전문가들 “고령-비만인 트럼프, 호전돼도 다시 나빠질 수 있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당초 대통령 의료진이 부인했던 산소공급 치료를 2차례 받았고, 3일 오전에는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치보다 떨어져 중증 환자에게 쓰이는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까지 투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4일(현지 시간) 취재진에게 “덱사메타손으로 인한 위험보다 잠재적 이득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투약 이유를 밝혔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대통령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염증 감소에 효과가 있는 덱사메타손은 올해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았다. 당시 연구팀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 산소공급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률을 각각 35%, 20%씩 낮춰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은 동시에 인체의 면역 체계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 국립보건원(NIH) 등이 “중증 환자가 아니면 불필요하게 투여하지 말라”고 권고해 온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날의 검’ 같은 덱사메타손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상태가 가볍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례 투여받은 치료제 ‘렘데시비르’ 역시 주로 중증 환자에게 쓰인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환자의 회복 기간을 앞당겨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리 박사는 또 “2일 오전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일시적으로 94% 밑으로 떨어져 약 2L의 산소를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정상인의 산소포화도 95∼100%보다 낮아 긴급하게 산소를 공급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루 전 대통령의 산소치료 사실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거부했던 그는 이날 뒤늦게 시인하며 “대통령과 의료진이 지녔던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의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느냐’ ‘폐렴 혹은 폐 손상 징후가 있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4세 고령인 데다 비만이어서 코로나19 고위험군임을 감안하면 설사 그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밥 러히타 뉴욕의대 교수는 CBS에 “상태가 좋다가도 불과 3시간 후 몹시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렌 바우처 터프츠대 감염병전문의는 폴리티코에 “통상 (확진 판정 후) 7∼10일 후에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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