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나와도 전면등교 어렵다”면서 말뿐인 ‘학습량 적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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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6일 17시 05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학습 안전망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5일 오전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를 방문, 1학년 교실에서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학습 안전망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5일 오전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를 방문, 1학년 교실에서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0.10.5/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교육부가 교과별 학습량과 학습내용을 적정화하기로 했다. 단순히 성취기준을 통합하는 식이어서 학습부담과 학습결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 분야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원격수업 상황을 반영해 ‘주요 교과별 학습량과 내용 적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내년에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백신이 나와도 전면 등교수업이 가능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라며 “내년 1년 학사운영은 과거와 같이 전면등교로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교과별 학습량과 학습내용 적정화는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 교육과정에 나와 있는 성취기준을 통합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성취기준은 학교 현장에서 수업방향과 학습내용을 설정하는 기준이면서 교과서 개발과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는 줄었는데도 교육과정은 그대로여서 학교에서 진도 빼기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업다고 지적해 왔다. 수업시수는 줄었지만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학습량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도 빼기식 수업이 학습 결손과 격차 누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진도 빼기식 수업을 하다 보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학습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학습 결손은 사교육에 의존해 보충하거나 그대로 누적될 수밖에 없다. 누적된 학습 결손은 학습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초등학교 1~2학년 때 ‘수포자’(수학 포기 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같은 상황에서 수업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핵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주요 교과별 학습량·내용 적정화’는 단순히 성취기준을 통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학교현장의 이런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학년에서 배워야 할 필수 학습내용인 ‘내용요소’를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자 지난 8월말 일선학교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 예시 자료집: 성취기준 재구조화·블렌디드 러닝 수업 자료’를 내려보냈다. 이 자료에서 교육부는 교과별로 성취기준 통합의 예시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혼합한 블렌디드 러닝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료에서 교육부는 ‘성취기준 재구조화’의 개념을 설명하며 ‘성취기준을 통합하거나 일부 내용을 압축해 재구조화할 경우 성취기준의 내용요소 일부가 임의로 삭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학습 내용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 셈이다.

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힌 ‘주요 교과별 학습량·내용 적정화’도 지난 8월 일선 학교에 안내한 자료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성취기준의 예시를 조금 더 상세하게 제시하는 게 기본방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활용할 수 있게 성취기준 재구조화와 관련해 더 상세한 예시자료를 제시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학습결손을 막고 기초학습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교육과정 수준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핵심 성취기준을 선별해 이를 학교에 안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수업 진도에 쫓기지 않고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교과별 학습량·내용 적정화를 단위학교에 자율적으로 운영하라고 하면 학교나 교사간 격차가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수준에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선별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학습량·내용 적정화를 추진하겠다면서도 학습량 감축에 선을 긋는 것은 학습 결손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습 결손이 생기고 학력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학습량을 줄이겠다는 말을 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업시수는 줄었는데 배워야 할 양은 같은 상황에서 진도만 나가게 되면 학습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보다 과감하게 핵심 성취기준 위주로 교육과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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