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진 씨(21)는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까지 이곳에서 졸업한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다. 성격도 야무지고 활발해 주변에선 똑순이라고 불렀다. 안무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부모를 설득해 2년 전 서울로 상경했다.
안 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원을 다녔다. 늦은 새벽까지 안무 연습을 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최근에는 오디션에 합격해 전문 안무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틈틈이 영어공부도 해가며 해외유학의 꿈도 꿨다.
그는 추석을 쇠기 위해 지난달 28일 부모가 있는 화순에 내려왔다. 부모와 함께 보성을 찾아 바닷가 석양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영상을 만들었다. 추석에 모인 친척들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며 동작 하나하나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안 씨는 추석 날 밤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무면허 운전을 하던 A 군(18)의 렌터카에 치어 숨졌다. 유족들 누구도 믿지 못할 황망한 죽음이었다.
3일 새벽 화순전남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아버지(55)는 안 씨를 떠나보내며 “이젠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 추석은 없다”고 울부짖었다. 안 씨의 유골은 화순의 한 추모관에 안치됐다.
같은 시각 A 군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안 씨의 큰 아버지(58)는 “가족들에게 가장 슬픔 추석이 되게 만든 A 군을 엄벌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까지 냈다. 그는 “가해자가 미안해하거나 반성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A 군이 과속을 한데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A 군 등이 사고가 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누군가에게 18만 원을 주고 렌터카를 빌린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렌터카 비용 일부를 챙기는 대가로 불법 대여를 해 준 것으로 보고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다.
유족들은 6일 추모관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것은 위험천만한 10대 무면허 질주로 제2의 예진이가 발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청년의 꿈을 앗아간 10대 무면허 운전과 렌터카 불법대여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국민청원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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