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열병합발전소 민관협력 거버넌스 무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빛가람혁신도시에 들어선 발전소, 가동 논의 위해 민관 합의체 운영
공급-손실 책임 두고 의견 엇갈려… 범시민대책위 탈퇴로 합의 난항

전남 나주시 산포면 신도산업단지에 건설된 고형폐기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발전소 가동 여부를 논의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시민 입장을 대변해온 범시민대책위원회의 탈퇴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뉴시스
전남 나주시 산포면 신도산업단지에 건설된 고형폐기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발전소 가동 여부를 논의하는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시민 입장을 대변해온 범시민대책위원회의 탈퇴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뉴시스
2800억 원을 들여 건설해놓고 3년 가까이 멈춰 있는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고형폐기연료(SRF) 열병합발전소의 가동 여부를 논의하는 ‘나주 SRF발전소 민관협력 거버넌스 위원회’(거버넌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시민 측인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탈퇴를 선언해 전원 합의체로 운영하는 거버넌스가 마련한 합의안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다.

나주시 산포면 신도산업단지에 위치한 SRF열병합발전소는 인근 빛가람혁신도시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17년 12월 완공했다. SRF열병합발전소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비닐 등 생활 폐기물로 만든 고체 재생연료인 SRF를 태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발전소는 혁신도시 등 인근 주민들이 고체 재생연료를 태울 경우 다이옥신 등 독성 물질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해 3년이 다 되도록 가동을 못 하고 있다. 광주권 SRF를 나주로 가져와 처리하는 문제를 놓고도 난방공사와 나주시·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와 나주시, 산업통상자원부, 난방공사, 범대위 등은 발전소 가동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꾸렸다. 거버넌스는 수차례 협의 끝에 지난해 9월 1단계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 내용은 시험가동을 통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보고서를 채택한 뒤 주민 수용성 조사를 실시해 발전소 연료로 SRF와 액화천연가스(LNG)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2단계 부속합의서를 체결하도록 했다. 단, 주민 수용성 조사에 앞서 SRF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될 경우 난방공사의 손실을 보전할 방안을 먼저 마련하도록 했다. 1단계 합의서 체결 후 1년 이내에 부속합의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달았다. 이후 발전소 시험가동과 환경영향평가가 순조롭게 이뤄져 올 7월 9일 조사보고서 채택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손실 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가 난항을 겪었다. 당초 연료로 사용할 예정이던 SRF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난방공사가 입을 손실을 누가 얼마나 보전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1단계 기본합의서 채택 뒤 1년 시한(9월 25일)이 다가와 합의가 원천무효가 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달 23일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손실보전 협상 시한을 11월 3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그때까지도 합의가 안 될 경우 열 공급을 난방공사의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범대위 내부에서 열 공급을 난방공사 재량에 맡긴다는 합의서 문구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고, 결국 단체를 해산하고 거버넌스에서 탈퇴하겠다고 5일 밝혔다.

도시 간 쓰레기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 꾸려져 주목을 받았던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참여 단체의 탈퇴로 기능을 잃게 될 상황에 놓이자 전남도는 범대위 복귀를 촉구했다.

전남도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범대위 탈퇴로 거버넌스의 합의와 성과가 무너질 수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주민 수용성 조사가 실시될 수 있도록 범대위는 즉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또 “난방공사도 일방적 주장을 펴기보다 주민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산업부와 나주시도 거버넌스 위원회의 정상화를 위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전남 나주#srf열병합발전소#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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