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 광운대 총장 인터뷰
‘학습관리 시스템’ 구축에 7억 투자
코로나에도 차질 없이 강의 진행
전공 구분 없이 ICT 복합 교육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에서 20년 뒤에도 한국 대학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각 대학이 자신의 강점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교육당국의 대학평가도 지금 같은 획일적 방식이 아닌, 각 대학의 특성화를 독려하는 방향이 돼야 하고요. 광운대는 지난 80여 년간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이끈 우리만의 저력을 살려 미래를 개척할 겁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에서 만난 유지상 총장은 “자신의 강점을 특성화해야만 국내 학생들은 물론이고 유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인 대학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지역 31개 대학이 참여하는 서울총장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요즘 대학들의 재정난이 이루 말할 수 없고 교육 여건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며 “대학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인 만큼 정부가 10년 이상 이어진 등록금 동결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작년에 7억 원을 투자해 학습관리시스템(LMS)인 ‘광운 러닝 어시스트 시스템(KLAS)’을 구축했는데 올해 생각지도 않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빛을 발했다. 온라인상에 1400개 강좌를 다 올렸는데도 한 번도 다운되지 않았고 PC와 스마트폰으로 모두 구동돼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줌(ZOOM)으로는 실시간 수업을 하고 웹엑스 팀즈나 미팅 프로그램으로는 학생들의 팀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컸지만 코로나19 이후 대학 교육은 이전과 같을 수 없는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광운대는 원래 ICT가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광운대가 속해 있는 광운학원의 설립자인 화도 조광운 박사는 19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구, 라디오 등을 들여온 사업가였다. 전국적으로 이를 유통하면서 수리 등을 담당할 기술자가 필요해지자 1934년 ‘조선무선강습소’라는 걸 만들어 기술인재 양성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게 광운대의 효시다. 전자공학, 무선통신 등 이름도 생소한 분야를 대한민국에 최초 도입하면서 공대가 설립됐고, 줄곧 ICT에 특화된 대학으로 성장해 왔다. 덕분에 전체 학과의 45%가 ICT 관련이고 전자정보공과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가 존재할 정도다.”
―광운대가 배출한 ICT 인재들이 궁금하다.
“1970, 80년대 우리나라에는 전자공학과가 서울대랑 광운대밖에 없었다. 다른 대학에 전자공학과가 생길 때에도 광운대 출신 교수님들이 파이어니어 역할을 했다. 산업계에도 수많은 동문들이 있다. 삼성전자를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이끈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국내 여성 최초로 암호학을 전공한 국회의원 이영 전(前) 테르텐 대표, 세계적 반도체 장비 기업인 유진테크의 엄평용 대표, 스타크래프트 국내 유통을 선도한 한빛소프트 설립자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등이 모두 광운대 출신이다. 동문 7만여 명 가운데 ICT로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많다.”
―지난 3년간 광운대로 유학 오는 학생도 급증했다던데….
“총장으로 취임하고 난 뒤 3년여 동안 10배가 늘었다. 이전까진 유학생 유치에 큰 역점을 두지 않아 100명대였는데 3년 전부터 해외에 나가 광운대의 ICT 교육 우수성을 적극 어필하면서 지금은 1000명대로 성장했다. 특히 베트남 지역에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이번에 교육부에서 원격수업을 100%까지 허용해 다행이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유학생들이 직접 오지 못하더라도 광운대의 교육을 누릴 수 있게 하려 한다.”
―광운대 학생들의 취업 역량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린 공대와 인문대를 가리지 않고 기본적인 ICT 소양을 쌓도록 ‘융·복합교육’을 한다. 또 실무에 강한 ‘실사구시형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둔다. 덕분에 매년 수백 명이 대기업 전자 계열사에 취업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도 많다.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 ‘프로그램형’과 ‘종합형’에 동시 선정돼 총 13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광운대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보다 존중받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도 창업 관련 사업은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한다.”
―입시철이 가까워졌다. 올해도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급감해 대학들 걱정이 많은데, 서울총장포럼 회장으로서 제언이 있는지.
“지난해 고3 수험생이 전년 대비 6만 명이나 줄어 이슈가 됐는데 앞으로는 더 심각하다. 3년 안에 또 10만 명이 줄게 돼 있고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 갈 나이가 되는 20년 뒤에는 대학 진학 인구가 지금의 반으로 줄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 등록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12년간 동결되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쳐 그야말로 대학들은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국가의 새로운 미래 발전을 견인하려면 대학부터 변화와 혁신을 시도해야 하는데 이럴 여력 자체가 없는 곳이 태반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학들의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반값 등록금 정책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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