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3층 주상복합 화재]소방 선발대, 신고 5분만에 도착
15층 피난구역 올라가 지휘소 설치, 200여명 교대로 인명 수색-구조
“걱정말라, 모두 살 수있다” 힘돋워
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응도 대형 참사를 피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소방 선발대는 8일 오후 11시 14분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온 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빨리 출동한 덕에 화재가 갑자기 커졌을 때도 대처가 신속했다. 한 구조대원은 20대 여성을 업고 33층을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기도 했다. 울산남부소방서 소속인 이정재 구조대장은 김호식 소방교 등 3명과 함께 8일 밤 12시 무렵 33층에서 주민 3명을 찾았다. 이 대장은 “연기가 자욱한 집 안 방문을 열어보니 여성 3명이 창문 쪽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소방교가 먼저 상태가 가장 심각한 이모 씨(20)를 업고 내려간 뒤 이 대장은 나머지 여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이 대장은 “무거운 장비를 든 채 성인 여성을 업고 내려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소방교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는 마음에 초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15층 피난안전구역(대피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해 진압을 이끈 것도 주효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곳에 200여 명이 투입돼 교대로 아파트 곳곳을 돌며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위층과 아래층의 화재 현장을 쉼 없이 오고 갔다. 15층으로 피신했던 주민 A 씨는 “구조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안내했고, 두려움에 떨 때 ‘걱정하지 말라. 모두 살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웠다”고 전했다. 고층에서 옥상 쪽으로 대피한 주민들도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법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30층 이상 49층 이하 준초고층건물은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 층 사이에 대피층을 설치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대피층은 내화(耐火) 구조를 갖춘 구역으로 화재가 벌어졌을 때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이자 소방 작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된다”고 전했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15층 피난층이 설계 당시부터 핵심적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한만원 HNS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설계부터 대피층 마련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해당 공간은 주거시설이 없는 텅 빈 공터와 같은 곳으로, 위아래로 내화 설계가 돼 있는 층”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