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벨상의 계절… 특허제도를 다시 생각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2일 03시 00분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아쉽게도 올해 노벨상도 대한민국을 지나쳤다. 국민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스웨덴 한림원에 눈과 귀를 모았다.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을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당연해 보인다. 매번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수상 여부를 떠나 노벨상의 의미를 다각적으로 접근할 역량을 길러야 할 생각이 들었다. 평생 지식재산 분야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노벨상은 기초과학을 넘어 공학이나 스타트업, 특허와 관련성이 깊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근 에디슨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라 그 관련성을 세 가지 정도로 짚어 본다.

첫째, 노벨상의 상금은 이 상을 제정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관련 특허가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1896년 노벨이 사망할 당시 그는 355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 특허를 활용하여 20개 국가에서 90개의 공장을 운영했다. 노벨상은 특허제도의 산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두 번째는 과학의 산업적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발명과 발견은 시장으로 연결됐다. 노벨상 중에 특허와 관련성이 높은 분야는 생리의학상 분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78년부터 2013년 사이의 생리의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83명 중 71%가 한 건 이상의 특허 보유자였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같은 유명 대학 교수들의 특허 보유 비율인 10∼20%보다 월등히 높다. 이들 노벨상 수상자는 단순히 특허를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으로 연결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조사 대상 노벨상 수상자 40%는 창업에 관여했으며 55%는 기업에서 과학 자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세 번째는 특허제도와 기술혁신의 연결고리이다. 이 두 개의 인과관계를 선명하게 밝힌 사람은 뉴욕대 교수인 폴 로머다. 그는 ‘연구개발 및 인적 자본과 함께 특허제도의 혁신 인센티브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장과 번영을 위한 열쇠였다’라는 점을 이론으로 정립해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을 설명하는 ‘아이디어와 지식 경제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요약하면 노벨은 특허제도를 활용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노벨상을 제정했고 이 상의 수상자들은 자신의 발명을 상업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폴 로머는 나아가 특허제도가 경제성장과 번영의 열쇠라는 점을 경제학 이론으로 밝혀냈다. 과학계의 전망이나 국민의 기대처럼 노벨상 수상자의 꿈은 멀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과학의 성과를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마인드가 사회적으로 공유돼 수상의 영광이 경제적 번영으로도 이어졌으면 한다.
#노벨상#특허제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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