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1시경 대형학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한 건물 1층. 각종 수험서적을 손에 든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 커피전문점 앞에도 학생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12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돼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노량진 학원가에 활기가 돈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 씨(26·여)는 “건물을 오가는 학생들이 어제보다 3배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숨통 트인다” vs “시기상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50일 만에 1단계로 완화된 첫날, 곳곳에서 달라진 일상이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변화는 수도권의 300인 이상 대형학원과 뷔페식당, 클럽 등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 10종이 운영을 재개한 것이다.
이날 점심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뷔페에서는 손님들이 위생장갑을 착용한 채 음식을 담는 등 활기가 돌았다. 테이블 간 간격은 2m 이상 떨어져 있었다. 서울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와 롯데호텔 ‘라세느’ 등 특급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14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작업자들이 오전 9시부터 방문객들의 잔디밭 입장을 막기 위해 쳐 뒀던 차단선을 거둬들였다. ‘계절광장을 코로나19가 안정화될 때까지 폐쇄 조치합니다’라고 적힌 팻말도 치워졌다.
밤이 되자 유흥가에도 시민들이 몰렸다. 이날 오후 8시경 건대입구역 근처 한 유흥주점에는 방 12곳 중 7곳에 20∼30대 손님들이 모였다. 비슷한 시간 종각역 근처 ‘젊음의 거리’도 인파가 몰려 시끌벅적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업종 종사자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8개월 가까이 예년에 비해 매출이 30∼40%가량 줄어 직원들이 힘들어했는데 이제라도 다행”이라며 “임용고시를 앞둔 학생들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반긴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A 씨는 “그동안 한 달에 임차료를 포함해 1000만 원씩 손해가 생겨 직원들도 일을 쉬게 했는데 매출이 정상화되면 다시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 두기 단계 완화가 섣부른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혹시 추석과 한글날 연휴에 감염됐을 경우 아직 잠복기인 것으로 아는데 거리 두기를 완화했다가 또 확진자가 확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3·여)는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 앞으로 코로나19가 더 확산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 ‘테이블 띄어 앉기’ 여전히 안 지켜져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조치를 완화하면서도 식당과 카페 등 수도권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시설 면적이 150m² 이상인 일반·휴게음식점과 카페 등은 매장 내에서 1m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 이 조치가 어려울 경우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테이블 간 띄어 앉기 △테이블 간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중 하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면적 150m² 미만일 경우에는 권고 사항이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 여전히 있었다. 서대문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띄어 앉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칸막이도 없었다. 이 가게는 손님들을 상대로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았고 명부 작성이나 QR코드 입력 없이도 입장이 가능했다. 종로구의 한 일식집에서는 칸막이 없는 바 형태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10cm 간격으로 붙어 앉아 식사를 했다.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고모 씨(57)는 “손님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방역을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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