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재난 ‘빌딩풍’ 국감 도마에…“부산시 적극적 대책마련해야” 지적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신종재난 유형으로 거론되고 있는 ‘빌딩풍’이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부산시 국감에서 여야의원들은 초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해안가를 중심으로 태풍 및 강풍 시 빌딩군에서 발생하는 빌딩풍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부산시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감사 자료에서 올해 태풍 ‘마이삭’ 상륙 당시 빌딩풍 현상으로 부산 해안 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 평균 풍속의 두 배에 가까운 빌딩풍이 발생해 외벽과 창문, 주변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해운대 앞바다에서 태풍 당일 오전 1시 측정된 초속 23.4ｍ 바람이 마린시티에서는 초속 36ｍ로, 엘시티에서는 초속 47.6ｍ 기록했다는 것이다. 특히 순간 최대 풍속이 마린시티 등을 지나갈 때는 초속 43ｍ까지 세졌고, 미포 구역에서 순간 최대 초속 106ｍ의 초강풍으로 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이는 부산 해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잦은 태풍으로 전국에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초고층 빌딩에 적용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빌딩풍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물 설계 개발은 물론 초고층 신축 시 빌딩풍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출토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부산시에서 빌딩풍에 대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빌딩풍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발의인데, 이는 미래에 대한 대책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빌딩풍에 대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문제의 빌딩풍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부산시가 현재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 대응기술 개발 구축계획사업’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이는 적어도 2023년 넘어서야 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내년의 태풍 대비부터 해야 할 것 같은데 시민 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부산시 자체적으로 기준을 강화하고 건축심의와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빌딩풍에 대한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건축안전 강화를 위해 ‘지역건축안전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센터는 건축물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공사현장 안전관리, 건축물 관리계획 검토, 관리 점검, 철거에 이르기까지 건축분야 전문가들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건축물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현재 전국의 33개 자치단체에서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풍(building wind)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일종의 풍해(風害)다. 지상 150m 이상의 빌딩이 건립되면 상공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무풍(無風)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간판이나 지붕이 날려가고, 창문이 깨어지고 한다. 심할 경우 전선이 끊어질 때도 있다. 또 연기나 배기가스가 소용돌이 현상으로 지상에 흘러서 국지적(局地的)인 대기오염이 발생해 고층빌딩이 밀집한 대도시의 새로운 도시공해로 나타난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주변과 마린시티, 서울 소공로 등에서 빌딩풍이 확인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