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 사건에서 3층 테라스에 깔린 목재 덱(deck) 아래 빈 공간이 불을 키우는 ‘아궁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로 불씨가 덱과 시멘트 바닥 사이로 들어가 종이나 마른 나뭇잎 등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1일 2차 합동감식에 참여했던 화재 전문가 A 씨는 1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감식 과정에서 목재 덱을 뒤집어 봤더니, 윗면보다 밑면에 그을음이 많았다”며 “아래 공간이 발화점으로 볼 수 있는 탄 흔적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2차 합동감식에서 3층 테라스의 목재 덱을 발화점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해당 덱은 두께가 2㎝나 돼 웬만해선 쉽게 불이 붙기 어렵다. A 씨는 “이 목재 덱은 배수를 위해 곳곳에 틈새가 있고 바닥으로부터 30㎝ 정도 떠 있는 구조다.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이유로 불씨가 이 공간으로 들어와 종이나 나뭇잎 등을 태우며 잔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덱 아래는 적절하게 닫힌 공간인 데다 화재 당일 강풍까지 불며 산소를 공급해 불을 키우는 아궁이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커진 불이 결국 덱으로 옮겨 붙으며 화재가 커졌을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해당 목재 덱을 뜯어내고 아래에 남아있던 잿더미를 샘플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도 “국과수가 남은 재 성분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담팀은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볼 때 방화보다 실화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층 테라스는 폐쇄회로(CC)TV가 있긴 하지만 반대편 놀이터 촬영용이라 화재 관련 영상 확보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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