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의 침전물 발생 신고 후 보건당국의 접종 중단 및 수거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6000여 명이 수거 대상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백신사 독감 백신에서 침전물이 발견된 6일 이후 3일간(7∼9일) 수거 대상인 같은 제조번호(PC200701)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6479명으로 나타났다. 9일 식약처가 밝힌 전체 접종자 1만7812명의 36.4%에 달한다. 보통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들어진 백신에 같은 제조번호가 부여된다. 당시 신고는 6일 오후 2시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13일 식약처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독감 백신 신고 사실을 국민에게 먼저 알리고 나머지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백신의) 안전성에 우려가 없다는 판단에 기반한 조치였다”며 “초동 대응 시 조치의 범위와 수준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식약처는 6일 경북 영덕군보건소에서 독감 백신에서 침전물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은 뒤 한국백신사가 제조한 모든 제조번호의 백신을 긴급 수거해 검사에 착수했다. 또 제조사에 대한 현장 조사와 저온 유통체계인 콜드체인 분석, 전문가 자문 등에 3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유통 과정 중 냉장온도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문제의 백신 61만5000개 중 신성약품 물량이 55만6000개로 유통 과정에 문제가 없었을까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백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는 밥이 상했는데 탄수화물 양은 똑같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백신을) 상한 밥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콜드체인은 완벽하게 지켜졌다”고 대답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신고가 들어왔으면 접종을 중단하고 국민들께 신고 사실을 먼저 알렸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에 이어 식약처까지 이어지는 늑장 대처로 독감 백신과 관련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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