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서 가을 만끽하세요” 16일부터 조선왕릉문화제 개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4일 10시 59분




“어두워 길이 거칩니다. 저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 보시죠.”

13일 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오릉. 서울 도심 한가운데인 광화문에서 차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이지만, 환한 도심은 딴 세상인 것처럼 이 곳은 칠흑같은 어둠이 고요함이 감싸고 있다. 조선 8대 임금 예종이 묻힌 창릉, 19대 숙종과 계비 인현왕후, 사극으로 잘 알려진 희빈 장씨의 묘까지 모여 있는 사적 198호 서오릉이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이 곳이 이 날만큼은 특별히 오후 7시 반에 관람객을 맞이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이달 16~25일 주최하는 조선왕릉문화제에 앞서 관계자, 언론사 취재진 등을 대상으로 프레스투어를 진행했다. 서울 경복궁, 창덕궁 등에서 매년 진행하는 야간 특별관람이 큰 인기를 끌면서 조선시대 왕릉을 야간에 개방하는 ‘야별행’ 행사를 기획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어 외국인에게도 유명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고궁과 달리 왕릉은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관람객도 고궁의 10분의 1 수준.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시끌벅적한 여타 관광지와 달리 조용하고 차분하게 산책을 하면서 옛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나명하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은 “조선 시대 왕실 문화를 대표하면서 현 시대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서 조선 왕릉을 본격적으로 알리고 내·외국인 모두에게 환영 받을 새로운 전통 문화 관광 자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조선왕릉문화제는 ‘새로보다, 조선왕릉’을 주제로 동구릉, 서오릉, 선정릉, 영릉 등 주요 조선 왕릉에서 열린다. 신청은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조선의 왕릉은 궁궐에서 백 리를 넘지 않게 한다는 조선 왕실의 규정에 따라 대부분 서울 외곽과 경기도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인 가치 뿐 아니라 풍수사상을 기반으로 당대 최고의 명당에 위치해 손에 꼽을 만한 아름다운 자연 녹지 공간이 보전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조선왕릉문화제는 16일 ‘새로보다, 조선왕릉’을 주제로 하는 동구릉 개막제로 시작을 알린다. 개막제 행사의 꽃으로 왕릉 브랜드 공연인 ‘채붕’이 재현된다. 17일과 18일에는 강남 한복판에 자리해 서울 시민들에게 친근한, 성종과 정현왕후 중종의 능인 선정릉(선릉+정릉)에서 보물찾기 행사가 진행된다. 왕릉과 능주에 관한 키워드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보물을 찾는 이색적인 참여 프로그램으로 자녀와 함께 주말 가족 나들이 행사로 알맞다. 참여자 전원에게 기념품과 미션 성공에 따라 다양한 전통문화상품이 선물로 제공된다.

서오릉(숙종을 포함 다섯 왕과 왕비 능)에서는 신성하고 신비로운 공간인 왕릉을 야간 탐방할 수 있는 이색 체험 프로그램, 서오릉 야별행이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된다. 해설을 곁들인 탐방뿐 아니라 그림자극 등 이색 공연과 한밤중 왕릉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해금독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어, 혼자도 좋고 친구, 연인이 함께 하면 낭만적인 가을밤이 될 것이다. 경기 여주에 위치한 세종대왕릉인 영릉에서는 17일, 18일 주말 동안 세종대왕릉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 형태로 퓨전 국악 콘서트 왕릉 음악회 “별이 빛나는 밤에” 등 음악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정재숙 문화재청 청장은 “조선의 왕릉은 그동안 궁에 비해 덜 알려진 게 사실이지만,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여 500여년간 27명의 왕이 승계하는 동안 역사와 시대 변화상을 이렇게 잘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번 조선왕릉문화제를 계기로 조선 왕릉이 시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과거 역사 공간에서, 당대 최고의 명당답게 아름다운 자연 공간에서 위로와 영감을 주는 스토리가 가득한 문화 힐링 공간으로 재발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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