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을 강간·살해·유기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가 내달 법정에 출석해 34년 만에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어떻게 입을 열지 주목된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14일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7차 공판을 열고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를 오는 11월2일에 출석시키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머지 예정된 증인에 대한 신문을 한차례 더 진행한 뒤, 다음달 2일 이춘재를 법원에 소환하도록 하겠다”며 “재심 사건에 대한 결심 공판도 같은 달 19일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7차 공판은 증인신문으로 이뤄졌다. 다수의 증인 가운데 1989년 당시, 수원지검 소속 검사였던 최모씨가 출석했다.
최씨는 1989년 수원지검 형사3부 소속 강력사건 전담 검사로 이춘재 8차 사건을 담당했으며 검찰 주관으로 이뤄진 현장검증에도 직접 참여해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최씨는 당초 지난 기일 출석하기로 예정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불응한 뒤, 이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법정에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검찰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 참여한 장본인이기도 하면서 경찰이 진행하는 현장검증에도 참여할 만큼 이 사건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당시 현장검증을 통해 재심청구인 윤성여(53)씨가 어떻게 피해자 자택 내부에 출입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윤씨가 한쪽 다리를 접는다든지, 피해자 자택의 담을 실제로 넘었는지 등 중요한 대목에서는 ‘기억이 안난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윤씨가 당시 검찰 조사에서 억울함을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말이 없고 불우하다는 걸 느꼈으며 묻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최씨는 “만약 윤씨가 경찰에게 맞았거나 범인이 아니라고 했으면 그렇게 (기소)처리할 수 없는 사건이다”라며 “윤씨가 오죽 억울했으면 형을 마치고 재심을 했겠냐. 내가 기소한 사건에 실수가 났다는 것인데 결정적 증거만 있으면 (진실을) 밝혀드려야 하는 게 당연한 법조인으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최씨를 비롯해 수원대 통계학과 교수,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직원, 국과수 직원 2명 등 총 5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당시 13세)양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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