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서은미 씨
화문석 제작과정 기록, 사진집 출간
18일까지 사진-화문석 제품 전시
13∼18일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거리 내 80년 된 옛 건축물 개조 전시장인 옹노에서 강화도 명물 화문석의 기록물 ‘왕골’ 출간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서은미 씨와 강화지역 청년협동조합 청풍은 사라져가는 강화도 풍물을 기록하는 공동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13일 근대건축물이 몰려 있는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거리 내 옛 건축물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1939년에 지어진 80년 된 벽돌창고를 개조한 작은 전시장 ‘옹노’(중구 개항로 7-4)에서 강화도의 명물 화문석 이야기가 펼쳐졌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서은미 씨(53)는 최근 2년간 강화도를 수시로 오가며 완초공예(화문석) 기능전승자 서순임 씨(65)를 주인공으로 삼아 왕골의 파종에서부터 재배, 염색, 직조 등 화문석을 만드는 전체 과정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이어진 2년간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왕골’이란 사진집으로 엮었고, 이번 전시회(13∼18일)에선 책자에 나온 100장 넘는 사진 중 20여 장과 몇몇 화문석 제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서 작가는 지역 축제, 공연, 포럼과 같은 다양한 문화기획 프로젝트를 펼치는 청년 5명의 협동조합 ‘청풍’과 함께 강화도에서 사라져가는 풍물을 기록하고 있다. 2017∼2018년 강화 전통 면직물 ‘소창’에 대한 첫 공동작업을 했고 두 번째로 화문석 기록 작업을 마무리했다. 서 작가와 청년 조합원들은 기록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비용, 출판비 등을 협동조합 기금, 크라우드펀딩, H온드림 문화지원사업을 통해 자력 조달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은 완초 기능전승자 서 씨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왕골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고, 건조시키는 농사에서부터 왕골을 짜서 공예품인 화문석으로 탄생시키는 모습을 특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화 왕골(완초)은 매끄럽고 흠이 없어 최고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서 작가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강화도 주민 60% 정도가 부업으로 화문석을 짜는 일을 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35농가만이 1만7000여 m² 농지에서 왕골을 재배할 정도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서 작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성기를 유지했던 화문석 산업 실태를 동아일보(1936년 1월 1일자, 1978년 5월 25일자)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했다. 당시 동아일보 기사는 주민 인터뷰를 통해 ‘화문석은 집념과 인내와 부지런함을 보탠 하나의 예술품이다. 화문석이 개발된 것은 이곳(강화도) 사람들의 끈질김이 저변에 깔려 있다. 화문석은 그야말로 강화 사람들의 얼굴이다’라고 소개했다.
‘왕골’ 책자에는 화문석에 대한 서 씨의 애정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는 단출한 일자형 집 한쪽 끝의 골방 작업실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화문석 자리를 짜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 씨는 서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자리틀에 앉으면 잡념이 다 없어지는 게 좋다. 화문석의 매력에 빠져서 여태껏 일해 왔는데, 인정받았을 때는 날 수 있듯이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무수히 손길이 가는 일이 과연 후대까지 보존될 수 있을까”라고 우려하면서 “맥이 끊이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왕골 전시회는 개항장에 이어 청년 조합원의 활동 무대인 강화도에서도 마련될 예정이다. 책자는 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서 작가와 청풍 청년들은 기금을 확보하는 대로 세 번째 기록 대상으로 강화 쑥과 순무를 생각하고 있다. 전시회 소식은 인스타그램 옹노 계정에 안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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