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부산 ‘한집단서 50명이상’ 첫 감염
9월이후 호흡곤란 증상 사망 8명… 간호조무사 “숨진환자 접촉후 발열”
한글날 연휴 겹쳐 확진판정 늦어… 입원환자 가족들 “어떡하나” 발동동
“절대 아닐 거야. 우리 엄마 이렇게 돌아가시면 너무 억울해서 어떡해….”
14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요양병원 앞에는 입원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 발을 동동 굴렀다. 김모 씨(56·여)는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하며 안절부절못했다. 김 씨는 “아침에 뉴스 보고 너무 놀라 병원에 전화했는데 받지 않아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88)는 7년 전 치매 등의 질환으로 이곳에 입원했다. 김 씨는 “설을 앞두고 1월에 뵌 게 마지막이다. 6명 정도 좁은 방에 다닥다닥 침대가 붙어 있었던 것 같아 전염이 쉽게 됐을까 봐 너무 걱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모 씨(62)는 오전에 요양병원으로 전화했다가 어머니(89)의 양성 판정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7월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비대면 면회를 한 게 마지막”이라며 “입원한 지 5년 정도 되셨는데 고령이어서 잘못 되실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초조해했다.
이날 오전 9시경 해뜨락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3명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금까지 발생한 부산지역 집단 감염 중 가장 큰 규모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로 완화된 지 불과 이틀 만이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병원의 한 직원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곳이라 평소 소독을 철저히 하고 방역 관리를 잘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병원의 첫 확진자는 13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여성 간호조무사 A 씨다. 부산시는 이후 직원과 환자, 간병인 등 278명을 전수 검사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 10명과 환자 42명이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확진자 중 48명은 60∼80대로 나이가 많거나 치매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위중 환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확진된 직원의 가족과 지인 등을 통한 접촉자가 많아 대규모 추가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요양병원에는 1층 70명, 2층 68명, 3층 27명이 입원해 있었다. 간호조무사 A 씨는 주로 2층에서 일했는데, 이 층에서만 환자 33명, 직원 11명이 감염됐다. 나머지 9명은 3층에서 나왔다. 확진자 중 3층에 입원한 80대 여성은 12일 사망 후 양성 판정을 받았고 14일 장례까지 치렀다. 숨진 80대 여성 확진자와 간호조무사 A 씨는 7일 밀접 접촉했고 다음 날 오후부터 A 씨는 감염 증상을 보였다. 한글날인 9일 A 씨는 휴무였고 다음 날인 10일 집 근처 병원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했다. 하지만 이 병원이 11일 휴무라 채취한 검체를 12일에야 민간 검사 기관에 보냈고 13일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9일부터 집에만 머물렀다. A 씨는 역학조사에서 “숨진 환자와 접촉한 뒤 열이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80대 여성 확진자를 포함해 이 요양병원에서 한 달 새 입원 환자 8명이 숨졌다. 4명은 숨진 확진자와 3층의 같은 병실을 사용했다. 숨진 환자 중 7명은 폐렴, 호흡기 증상 등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안병선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장은 “이 요양병원은 3월부터 외부인 면회가 금지돼 있었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병원 직원에 의한 집단 감염으로 보인다”며 “병원 입원 환자 중 절반 정도가 인지 능력이 떨어져 병원 내 마스크 착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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