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소녀상’ 일단 제자리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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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해당지역 구청, 철거명령 보류
쟁점인 비문 수정해 타협 가능성

이용수 할머니 “철거 안돼” 호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운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동참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용수 할머니 “철거 안돼” 호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운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이 동참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미테구가 13일(현지 시간) 철거 명령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미테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이익을 공정하게 다루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며 “무력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녹색당 소속인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은 철거 반대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자”고 당부했다.

재독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독일 공공장소 최초로 미테구 거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제막식 이후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달 7일 미테구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가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녹색당과 함께 베를린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및 좌파당 또한 소녀상 철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테구의 결정은 철거 명령 철회가 아닌 ‘당분간 보류’다. 2∼4주 뒤로 예상되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협의회는 15일부터 소녀상 영구 전시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인 소녀상의 비문(碑文)을 수정해 존치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세계 각국 여성을 기리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테구 역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독일 국내의 사법절차여서 향후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과 대처를 다양한 형태로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세 교육의 심장인 평화의 소녀상이 베를린에서 철거돼서는 안 된다.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아시아 전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은 (피해자를 대신해) 싸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는 일본을 벌하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청아 기자
#독일 베를린#평화의 소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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