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도 유료 독감 백신 못 맞는데요. 근처 병원은 모두 가봤는데 백신 물량이 없다고 합니다.”
경남 김해에 거주하는 A씨(36)는 지난 24일 동네병원 4곳을 방문했으나 유료 독감예방접종에 실패했다.
A씨의 자녀(6)는 최근 김해시보건소에서 무료 접종을 했지만 유료 접종 대상자인 부모는 접종을 하고 싶어도 접종을 해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A씨는 “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료 접종이 가능한 병원을 백방으로 찾아보고 있는데 정작 병원에 연락해보면 ‘재고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동시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남지역에서는 유료 독감백신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4일과 15일 창원·김해·양산 등 경남지역 병원·의원 10곳을 확인한 결과 8곳에서 재고 소진으로 인해 유료 독감예방접종이 불가능했다. 남은 2곳도 유료 백신이 남아 있었으나 하루 이틀 이내에 소진될 것이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반면 무료백신은 병원 모두 기간별 대상자 접종(13일부터 13~18세 중고등학생,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26일부터 만 62~69세)이 가능했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 대상 무료접종은 지난달 25일부터였다.
병원들은 유료 독감백신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앞서 백신 상온노출 사고로 정부가 공급하는 무료백신에 대한 품질 우려 및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무료대상자들이 유료 백신에 눈을 돌리면서 유료 접종 희망자가 크게 늘어났고 이에 유료 백신 품귀현상이 일어나 제조사로부터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김해의 한 내과의원 관계자는 “지난주 유료 백신 150명분이 입고 됐는데 3일 만에 동이 났다”며 “백신 거래를 하는 제약업체를 통해 유료 백신을 구하려고 했지만 ‘물량이 없으며 언제 재입고될지도 현재로썬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창원의 한 병원 관계자는 “유료 예방 접종 문의가 하루에 100건 넘게 들어오고 있지만 백신재고 부족으로 예약자 명단만 모으고 있다”며 “보건소에서도 유료접종은 하지 않고 있어 병원에 유료접종 문의가 많은 편이다”고 말했다.
경남의 시·군 보건소의 경우, 대부분 무료접종만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료시설이 부족한 군 단위 보건소만 유료접종을 기간을 지정해 시행해왔는데 이마저도 물량 부족으로 인해 최근 유료접종 일정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거창군보건소는 지난 14일 군민 대상 공지사항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적으로 독감백신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며 공급되는 백신은 국가예방접종대상자가 우선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는 19일부터 예정돼 있던 유료 독감예방접종 계획 전면 취소를 알렸다.
한편 경남 대부분의 지자체와는 달리 진주시는 ‘백신 부족’ 우려를 비껴간 모양새다. 현재 전 시민을 대상으로 독감 접종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주시에 주소를 둔 시민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진주지역 병원과 의원을 방문하면 무료로 독감예방접종을 맞을 수 있다.
진주시는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유행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국내 백신제약업계와 접촉해 독감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2차 추경에 54억원의 예산을 편성, 진주지역 158곳의 병원·의원에 위탁해 전 시민 대상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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