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위협에 거주지 옮겨”…김지은 “연대·지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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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개 여성단체 '서울시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문제 외면하는 인사들, 자리 걸맞는 모습 보여주길"
김지은씨 "비슷한 일 겪어…연대와 지지를 전한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인 전 비서 A씨가 “현재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A씨는 1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의 대독을 통한 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

A씨는 “거주지를 옮겨도 멈추지 않는 2차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했다”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몸서리 치며 앓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여성과 약자의 인권보호에 힘쓰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조직에서 일어나서 더 절망적인 문제”라며 “대표적인 인권운동가가 막강한 권력 뒤에서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것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 끔찍한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돼 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아직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인사들이 이제라도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평생 약자를 위해서 싸워오신 분들이 이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갖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김지은씨도 대독을 통해 글을 전했다.

김씨는 “노동자로서의 제 삶은 ‘미투’ 이후 모두 파괴됐다”며 “직장에서 사과나 보호조치도 못받고 해고됐다. 힘겹게 쌓아온 경력과 노력은 의미 없는 것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장에서 동료라고 불렀던 사람들은 2차가해를 일삼았고 가해자 측근들은 진실을 왜곡했다”며 “법원에서 2차가해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내려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의 욕설과 비난은 여전히 저와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칼이 돼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A씨가 겪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기시감이 든다”며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순 없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으로서 굳건한 연대와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전국 288개 여성단체들은 이날 ‘서울시장위력성폭력공동행동(공동행동)’을 출범했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2차가해에 대한 대응을 하고자한다”며 “또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과 조직 내 2차피해가 발생하니 이를 방지하고 피해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여성노동자들이 조직 내에서 차별적인 성역할을 강요 당하지 않고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평등한 노동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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