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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살때 잃어버린 딸 44년만에 상봉…“꿈이냐, 생시냐”
뉴시스
업데이트
2020-10-18 11:57
2020년 10월 18일 11시 57분
입력
2020-10-18 11:54
2020년 10월 18일 1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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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한인 가족, 실종 44년 만에 화상 만남
1976년 6월께 실종…같은 해 미국에 입양
가족들, 실종지 남대문시장에서 일상 꾸려
신고·광고·방송 출연 등…"안 가본 곳 없어"
가족 찾기 제도 통한 DNA 대조로 만남 성사
44년 전 실종돼 미국으로 입양된 가족을 찾은 이응순(어머니), 윤상희(언니)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찰청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윤상애(미국명 데니스 맥카티)씨와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이번 상봉은 ‘해외 한인입양인 가족찾기’ 제도를 통해 재외공관에서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 분석해 한국의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하게 된 첫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가별 출입국 절차가 어려워 비대면 화상통화로 상봉한 가족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직접 상봉할 예정이다. 2020.10.18/뉴스1
생이별한 딸의 얼굴이 약 44년 만에 화면에 비친 순간, 팔순 가까운 노모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수십 년 만에 생모를 마주한 딸, 그리고 단장의 세월을 살아온 가족들은 “보고 싶다”면서 쌓인 그리움을 토해냈다.
지난 15일 이응순(78)씨 가족은 실종 약 44년 만에 잃어버린 딸을 대면했다. 서울 동대문구 실종자가족지원센터에서 이뤄진 화상 만남을 통해서다.
이번에 이뤄진 첫 만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면 전 영상으로 진행됐다. 딸인 윤상애(47)씨는 미국 버몬트 주에 거주하고 있다.
윤씨는 지난 1976년 6월께 외할머니와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당시 나이 3세였다. 윤씨는 같은 해 12월께 미국으로 입양됐고, 이후 40여년 만에 가족과 대면하게 됐다.
당초 만남은 15일 오전 10시께로 예정됐으나 윤씨 얼굴이 10여분 일찍 화면에 나타나자 센터 내 분위기는 들썩였다. 만남에는 윤씨 어머니 이씨, 윤씨 오빠와 쌍둥이 언니 등이 참여했다.
가족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가면서 대화했다. 가족은 벅찬 목소리로 윤씨를 향해 “우리는 너를 절대 버린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줄 알고 한국에서만 찾았다”고 말을 건넸다.
윤씨 언니는 “아빠도 너를 잃어버리고 매일 술을 드시다가 간경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빠가 너를 제일 좋아했다”고 했다. 어머니 이씨는 “너무 보고 싶었다”면서 울먹였다.
윤씨는 “나를 며칠에 잃어버린 것인지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어머니 이씨는 “여름에 원피스를 입고 할머니가 안고 나갔었다. 며칠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씨는 “진짜라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가족들은 실종 40여년이 지났지만 윤씨 이름을 호적에서 지우지 못했다. 수십 년 만에 어머니를 본 딸 윤씨는 우리말로 “보고 싶어요. 엄마”라고 했고 또 “엄마”라고 부르곤 영어로 “예뻐요”라면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가족에 따르면 윤씨는 외할머니에게 맡겨 길러졌다. 홀로 자녀 여럿을 데리고 다니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윤씨 실종 이후 가족들은 백방으로 행적을 수소문해 봤지만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머니 이씨는 “딸을 찾기 위해 안 가본 데가 없다.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광고도 내고, 고아 단체도 찾아갔었다. 그런데 없다고 하더라. 점을 쳐보니 멀리 가서 있다고 했다. 더 있는데 기억도 안 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윤씨 가족은 그의 실종 장소인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일상을 보내왔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별의 아픔을 견디며 40년 전 이산 장소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이다.
어머니 이씨는 “40년 간 널 잃어버린 곳을 돌면서 장사를 했는데, 사람이 많이 지나가도 너는 안 보였다. 지나는 사람마다 너인가 쳐다보게 됐다”고 했다. 오빠도 “저는 잃어버린 곳에서 25년째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라며 거들었다.
가족은 약 20년 전 실종자 가족을 찾는 텔레비전(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윤씨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방송에서 나만 못 찾고 되돌아 왔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도와줘 만나게 되니 말할 수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이번 만남은 경찰청과 외교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행 중인 ‘해외 한인 입양인 가족 찾기’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이는 한인 입양인이 재외공관을 통해 유전자 채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가족 만남을 추진하는 제도다. 입양인 유전정보를 경찰청의 실종자 가족 유전자 정보와 대조해 가족임을 확인하는 형태다.
윤씨의 경우 지난 2016년 가족을 찾기 위해 입국해 유전자 채취에 참여했고, 어머니 이씨 또한 딸을 찾으려 2017년 유전자 채취에 참여했었다고 한다.
이후 두 유전 정보 분석 결과 친자 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윤씨가 미국에 살고 있어 최종 확인이 지연됐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지에서 유전자를 채취, 가족임이 확정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윤씨는 “처음에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왔을 때 사기 연락인줄 알았다. 실제로 받아본 뒤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됐고, 정말 기뻤고 압도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원래는 수원의 병원에 버려진 줄 알고 있었다. 이후 미국 홀트아동복지회로 가게 됐다”며 “굉장히 놀랐다. 어머니가 있는 줄도 몰랐고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오빠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016년 한인 입양인 상대로 한 한국 문화 체험, 방문 기회가 있었다. 이곳에서 유전자 확인도 해줬다. 이 단체를 통해 처음으로 부모를 찾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족을 만나게 되면 “일단 안고 싶다”고 말했다.
윤씨와 가족들은 대화 말미 ‘사랑한다’는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 이씨는 “미안해. 말도 안통하고 다 낯설었을 텐데. 보고 싶다. 빨리 와”, “양부모께도 고맙다고 꼭 전해드리라”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윤씨도 우리말로 “사랑해”라고 화답했고, 가족들도 “다시 한 번, 사랑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마주한 윤씨 가족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외 교류 상황이 개선되면 직접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별 출입국 절차가 어려워 우선 화상통화로 비대면 상봉했고, 상황이 진정되면 직접 상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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