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 몰입하고,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젊은 프런트들과 고민하는 모든 과정이 저를 가슴 뛰게 합니다.”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의 박진관 대표(61)는 17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제주유나이티드FC와 하나원큐 K리그2(2부) 2020 24라운드를 마친 뒤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구단 경영은 많이 다르고 힘도 들지만 보람찬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별명이 ‘미스터 스마일’이지만 이날 그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았다. 경남FC가 제주FC에 0 대 1로 졌기 때문이다. K리그1(1부) 승격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2부 10팀은 11월 7일까지 리그를 벌인다. 플레이오프 등을 거쳐 2팀만 승격한다. 매 게임을 ‘단두대 매치’라 부를 정도다. 경남FC는 현재 4위권이다.
부임 10개월을 맞은 박 대표는 “1부 승격이 최대 과제다. 더불어 ‘FC 그 이상의 FC’라는 경남FC 비전 실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지 축구만 잘하는 구단이 아니라 한국 프로축구와 축구 문화를 선도하는 명문 구단의 초석을 놓고 싶다는 포부다.
부산 브니엘고, 동아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LG전자에 몸담았던 그의 전격적인 프로축구팀 대표 기용은 의외였다. 우려의 눈길도 적지 않았다. 구단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주위에 인재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1월 초 박 대표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스포츠 만능인 그는 동네 축구팀과 회사 동호회를 이끄는 등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LG전자 창원사업장 축구감독도 지냈다. 10년 전엔 선수로 뛰다 팔을 크게 다쳐 고생한 경험도 있다.
LG전자 중국본부 인사담당 임원, LG 본사 경영지원 상무, 브라질 법인장 등을 지낸 박 대표는 “주로 인사, 총무, 노무 부서에서 일했다. 축구 역시 ‘용인(用人)’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송 사장이 추천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축구인이나 퇴직 관료들이 경남FC 대표를 맡았다. 구단주인 김 지사가 비축구인, 비관료에게 맡긴 것은 정치적 고려 없이 구단 정상화와 저변 확대에 매진하라는 당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매주 수요일엔 경남FC 베이스캠프가 있는 함안으로 간다. 거기서 국가대표 출신인 설기현 감독(41)을 만나 점심을 함께하며 팀 전략 등을 짠다. 14일에도 설 감독과 선수 영입을 의논했다. 박 대표는 “설 감독은 열린 마음으로 선수를 이끌고 구단, 프런트와 ‘케미’를 잘 맞추고 있다. 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해서인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설 감독이 구상하는 공격적 기술 축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당장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축구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축구 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절대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관련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경남FC U18 유소년축구단인 진주고 축구팀도 자주 찾는다.
그는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남FC가 준비한 많은 부분을 팬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경기력을 높이고 운동장 안팎의 이벤트 강화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다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표는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것 아니냐”며 그라운드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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