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지 17일부로 100일이 됐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9년간 시정을 이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공백을 무난하게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일을 기준으로 서 권한대행 체제는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까지 170일 남았다. 내년 예산안 확정, 각종 사안에 대한 중앙 정부와의 의견 조율,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후속 대응, 선거 준비 등 서 권한대행 눈 앞의 과제가 산적하다.
서 권한대행은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지난 7월 10일부터 서울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시정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 시장의 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며 조직의 안정을 되찾는 일부터 매진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으나 서 권한대행 체제를 표현하는 단어는 ‘안정’으로 평가된다. 15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도 큰 논란 없이 지나갔다. 20일 예정된 국토교통위원회의 국감도 큰 난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적이 있어 ‘박원순표 행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서 권한대행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꼼꼼한 성격을 갖춰 어수선한 시청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며 “정치적 욕심도 없어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을 하지 않는 성격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은 ‘박 전 시장의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은 시작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서울시 수장으로서 남은 기간이 앞으로 170여일이 있는 만큼 직접 결정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서 권한대행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11월 2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39조5000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줄어들 수 있다. 경기 침체로 내년 세입은 5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어려운 시민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에 나선다는 방침이기에 서 권한대행이 어떻게 돈을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서 권한대행은 15일 행안위 국감에서 “코로나19 여파가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며 “지방채 발행뿐 아니라 다양한 (재정확대)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출직 시장이 기존 예산을 지키기는 것도 ‘늘공’인 서 권한대행으로선 박 전 시장의 공백을 느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의해야 할 사안도 많다. 서울시의 역점 사업인 공공와이파이 확대 방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지적으로 강행이 어려운 상태다. 공공와이파이 확대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서울시가 직접 기간통신사업을 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과기정통부 및 통신사업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올해만 1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서울시 대중교통 적자 해소 방안도 서 권한대행이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국세 지원을 요청했다. 수도권 부동산 대책 실효성을 올리는 차원에서 국토교통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이 있었다면 서울시와 정부, 국회의 엇박자는 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평가도 있다”면서도 “서 권한대행이 개인적인 욕심 없이 서울시민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조금씩 알아줘서 그런지 특히 여당에서는 많이 도와주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도 서 권한대행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서울시의 대응은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경찰 수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는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국감에서 “시의 자체조사단 운영은 무산되고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했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서울시의 성폭력 방지 매뉴얼이 최고 권력자 앞에서 작동이 멈췄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 공무원 기강 잡기도 서 권한대행의 최근 중점 업무 중 하나다. 내년에는 2011년 10월 박 전 시장의 취임 이후 약 10년 만에 서울시장이 바뀌는 만큼 고위직들이 정치적 외풍을 맞기 쉽다. 서 권한대행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줄서기는 안 된다”며 “공직자로서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흔들림 없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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