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잇따르자…불안감에 “무료 말고 유료”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0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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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선 병원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접종을 잠정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 접종 후 사망까지 1~2일 “백신 영향 아닐수도”

20일 사망자 A 씨(78)는 전날 독감 백신 접종 후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이웃 주민에 따르면 A 씨는 19일 오후 5시경 전화 통화에서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접종 시간이 오전 9시임을 고려할 때 접종 후 적어도 8시간 동안은 별도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A 씨가 접종 후 농사일을 과로하게 하는 등 신체적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2010년 1건이다. 65세 여성 B 씨는 2009년 10월 접종 후 두 팔과 두 다리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입원치료 중 폐렴 증세가 겹치면서 이듬해 2월 사망했다. 당시 B 씨는 질병관리청 산하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을 인정받았다.

독감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은 극히 드문 사례다. 통상 접종 후에는 접종 부위가 붓거나 열과 몸살 기운이 드는 가벼운 전신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중증 이상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아낙필라시스가 대표적이다. 백신 속 단백질에 대한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으로,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이 혼탁해지고 쓰러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게 길랭바랭 증후군이 찾아올 수도 있다. 이 증후군은 사람 몸 속 면역체계가 바이러스가 아닌 몸 속 신경계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보통 다리부터 기운이 빠지면서 전신으로 마비가 진행된다.

임상 전문가 등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은 대개 접종 후 30일 이내에 나타난다. 아낙필라시스는 일반적으로 접종 직후, 빠르면 15~30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길랭바랭 증후군은 접종 뒤 수일 내에 증상이 찾아올 수 있으며, 1~3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마비가 서서히 확대될 수 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했던 B 씨 역시 근력 저하 증세는 접종 3일째에 나타났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접종 후 증세가 나타났어야 한다”며 “접종 후 며칠 내에 사망하는 최근 사례들은 극히 예외적이라 백신에 의한 사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접종 불안 커지면서 백신 접종 중단도

하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는 19일부터 이틀간 13~18세 대상 무료 백신 접종자가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이 병원에는 평소 하루 평균 9~11명이 해당 백신을 접종 받았다. 인천 남동구의 한 의원급 병원은 13~18세 대상 무료 독감 백신 접종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여태까지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유료 백신은 평소대로 접종을 진행 중이다.

무료 접종 대상자가 접종을 거부하고, 대신 유료 접종 백신을 맞겠다고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내과 의원을 찾은 한 70대 여성은 “우리 딸이 돈 주면서 꼭 유료로 맞으라고 했다”며 “무료 접종 말고 유료로 놔줘라”라고 요청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8일 기준 올해 독감 백신 접종자 955만 명 중 444만 명(46.5%)이 유료 접종자다. 정부가 4차 추경 등을 통해 올해 확보한 독감 백신 약 3000만 도스 중 유료 접종분은 3분의 1(1000만 도스) 수준임을 고려할 때 유료 접종에 다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고창=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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