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줄이 길게 늘어섰었는데 오늘 확실히 좀 줄었네요. (독감백신 무료접종이 재개된) 지난 주랑 비교해도 그렇고요.”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앞. 지역 내 독감백신 무료접종 ‘핫 플레이스’인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
독감백신 무료접종이 재개된 일주일 전부터 이곳에는 인파가 몰려 10층까지 줄이 이어졌다. 해당 건물은 10층짜리 건물이다. 하지만 이날 대기줄은 길어야 2~3층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는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협회 측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와 연관된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대기줄이 줄어든 건 맞다”고 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고 사례는 두 건이다. 보건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5분쯤 전북 고창군의 한 주택에서 전날 독감백신을 접종했던 A씨(7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16일 인천 고교생 B군(18)이 이틀 전 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상온노출·백색입자 논란에 이어 접종 후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하자 시민들은 술렁이고 있다. 학부모 김모씨는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 소식을 접하고 올 들어 가장 큰 고민이 생겼다”며 “코로나19 때문에라도 맞아야 하는 건지 아닌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도 “올해도 별 생각 없이 독감백신을 하려고 했는데 뉴스를 보고 갑자기 결정 장애가 온다”고 했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지역 맘카페에 한 유치원생 학부모가 “고교생 사망사고 기사보고 독감백신 맞히지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자 “저도 걱정이다” “너무 무섭다”는 내용의 댓글이 스무개 넘게 달렸다.
독감백신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은 무료접종을 했는데 너무 찜찜하다”며 “독감백신 무료접종 안정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맘카페에서도 독감백신 안정성을 우려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당국은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사고간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단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독감백신 접종과 사망원인간 인과관계가 규명된 사례가 극히 적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는 2009년 1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독감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컨디션과 이후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와 관련한 부검 결과 등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백신 부작용은 감기증상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생기기 때문에 몸 상태가 최적일 때 맞는 게 중요하다”며 “앞서 독감백신 부작용이 없었던 분들은 맞아도 된다”고 했다.
이어 “관련 사망사고로 독감백신 접종을 고민하는 분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며 “부검 결과를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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