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 씨(74·여)는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한 것을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접종을 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 왔지만 올해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 접종자들이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이 크다. 이 씨처럼 불안해하는 고령자들이 늘면서 백신 접종을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어르신들도 많이 줄었다. 70세 이상 어르신 접종이 재개된 19일부터 이틀간 하루 1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찾았던 서울 동대문구의 한 의원은 21일 고령 접종자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 의원 직원은 “오늘(21일)은 어르신 접종자가 45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의 최모 씨(63·여)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꼭 맞으려고 했는데 불안해서 맞지 못하겠다”며 “남편은 아예 안 맞겠다고 하는데 나는 조금 더 지켜보다가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해마다 백신 접종률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제일 높은데 올해는 이들의 접종 기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9∼2020절기 독감 백신 접종률은 어린이 77.8%, 임신부 41.8%, 65세 이상 어르신 83.5%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층은 기저질환이 많고 심혈관계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본인의 건강을 잘 살펴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유료접종 대상자용 백신을 찾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기도 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무료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 한 의원 간호사는 21일 “대부분 유료 백신을 찾았다. 오전 9시 반이 되자 유료 백신 50개 중 절반 이상이 접종됐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을 이미 맞은 고령자와 가족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미숙 씨(51·여)는 충남 금산에 혼자 거주하는 노모(78)가 20일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을 걱정하며 “당뇨에 고혈압까지 있는데 뉴스를 좀 보고 하루 이틀 있다가 맞으시지…”라고 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숨진 고령자 중 어머니와 비슷한 기저질환을 갖고 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A 씨(65)도 독감 백신을 맞은 90대 어머니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 A 씨의 어머니는 70세 이상 어르신 접종이 재개된 19일 독감 백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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