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하고 이상반응(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사례가 나오면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예방접종 후 급성 면역반응인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반응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백신 접종 때문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겼었다면 재접종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반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은 독감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독감 예방접종 후 신고된 부작용 중 사망사례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25건이다. 올해는 21일 11건에서 하루만에 인천 등 전국에서 사망신고가 추가돼 총 18건에 이르고 있다.
18번째 사망자는 21일 독감백신을 접종한 70대로 현재 춘천시보건소는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파악 중이다.
일반적으로 독감백신은 주사 접종 부위의 쓰림, 빨갛게 붓는 발적, 통증, 미열 등 비교적 가벼운 부작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드물게 아나필락시스로 알려진 알레르기 반응을 포함, 호흡곤란, 눈이나 입술 주변의 붓기, 두드러기, 혈관부종, 현기증 및 고열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백신은 세포배양방식과 유정란을 이용한 방식이 있는데 그중 유정란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은 계란(유정란)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한다. 이 경우 오브알부민과 같이 계란에서 유래한 단백질 일부가 함께 들어갈 수 있어 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약 독감백신 접종자가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백신을 접종하고 부작용을 겪지 않을까 의심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일종의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몸에 침투한 항원에 대항해 생긴 항체가 빠르게 과잉 반응하면서 생긴다.
하지만 CDC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독감백신을 접종한 후 30분간 반응이 없다면 더 이상 관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은 100만회의 백신접종 당 1.31건이다.
다만 CDC는 이전에 두드러기 수준이 아닌 혈관부종, 호흡곤란, 현기증 또는 구토 등 심각한 계란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사람들은 의료환경을 갖춘 시설에서 접종할 것을 권했다.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경우 일명 아드레날린으로 불리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거나 기타 응급처치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에 독감백신으로 인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반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성분에 관계없이 독감백신을 다시 맞지 않아야 한다.
CDC는 그럼에도 2020-2021 시즌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는 것은 현재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도 겹칠 우려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독감 예방접종으로 독감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기관과 전문가도 독감백신으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며 부작용 우려보다는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또한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종합 국정감사에서 “노인이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이 생기고 다른 기저질환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접종하는 게 안전하다”며 특히 고령자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청장은 또한 “사망신고된 13명은 백신 접종과 무관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2013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했던 전병율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중대한 부작용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들이 즉시 나타났는지, 사례자가 독감백신 접종을 처음 맞은 건지 등 여러 인과관계를 살펴야 한다”며 “독감백신이 문제라면 동일한 제조사의 같은 생산라인에서 제조번호가 반복적으로 확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나필락시스 같은 알레르기 반응은 접종 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 사례들 중 몇 건의 부검 결과를 보면 아직까지 아나플락시스로 의심될만한 소견은 한건도 없었다”며 “이러한 결과로 비춰봤을때 백신 부작용으로 단정할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마지막으로 “방역당국이 고령자 등은 독감백신을 접종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내가 봐도 지금 상황에서는 접종을 기피할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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