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옥중편지’ 2통에…추미애·윤석열 충돌 점입가경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23일 13시 41분


'김봉현 서신'에 추미애·윤석열 갈등 촉발
추미애, 윤석열 겨냥 감찰·수사 지시 내려
윤석열 "장관 부하 아냐" 국감 강경 발언
남부지검장도 사의 표명…검찰 내부 술렁
후임자 선정, 감찰 진행 등 갈등 이어지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에서 촉발한 의혹이 검찰 조직 전체를 흔들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를 내리고, 윤 총장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될 모양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전날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 검사 비위 의혹 보고 여부와 야당 출신 정치인 수사가 적합하게 이뤄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 감찰부가 합동으로 의혹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윤 총장은 당일 대검 국정감사 자리에서 “수사나 소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 인사, ‘한명숙 사건’과 ‘검·언유착 사건’ 등에서 불거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재차 격화되는 조짐이다.

특히 윤 총장이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만큼, 추 장관의 수사 및 감찰 지시 등을 좌시하진 않겠다는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법무·검찰 조직이 혼란스러워져 쟁탈전을 벌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해, 그 외 검찰총장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적극 관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번 갈등은 라임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 전 회장의 옥중서신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16일 검사 로비 의혹 등이 담긴 서신을 공개했다. 아울러 검찰이 야당 의원의 로비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무마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윤 총장이 묵살한 것이란 의혹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자 추 장관은 즉각 감찰 조사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는 사흘간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고, 윤 총장에 대한 의혹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윤 총장은 즉각 반발했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의 방침이 발표된 지 1시간여 만에 입장문을 내고 “중상모략”이라고 맞섰다.

추 장관은 다시 반격했다. 지난 19일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라임 수사 등에서 배제했다. 윤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지휘권을 사실상 수용했다.

윤 총장은 22일 열린 대검 국감을 재반격의 기회로 삼았다.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두고 “위법·부당하다”고 저격하고, 일방적 인사는 비합리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검찰 조직을 이끄는 두 수장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을 띠고 있다.

라임 사건의 총책임자가 항의성 사표를 제출한 것도 윤 총장과 추 장관의 갈등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때 ‘추미애 사단’으로도 불렸던 박 지검장이 지휘권 발동에 대한 항의성 사표를 제출하면서 추 장관의 입지는 도리어 좁아진 모양새다. 반면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켜달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히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검찰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전날 박 지검장의 글에는 사의를 만류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여기서 검사들은 “사기꾼의 한마디에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 뿐이다”, “외풍에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야 할 장관은 이에 동조한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박 지검장의 후임자 선정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라임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된 상태라 수사 총책임자 자리를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두기는 어렵기 때문에, 추 장관은 박 지검장의 후임 선정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후임자 선정 과정에서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협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추 장관이 지시한 라임 사태 관련 감찰이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번 법무부 감찰은 라임 사건 보고 경위 등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감찰 대상이 윤 총장에게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처음부터 윤 총장을 겨냥한 감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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