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등포구에 이어 경북 포항시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보류함에 따라 질병관리청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질병청은 독감백신과 사망 신고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전국적으로 사망 신고가 이어지면서 과학적인 검증 여부와 무관하게 우려를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2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시 영등포구가 관내 의료기관에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보류하도록 권고한데 이어 23일 포항시가 오는 29일까지 일주일간 예방접종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영등포구는 지난 22일 관내 의료기관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주의 및 보류 권고사항 안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에는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한 백신의 상품명과 제조번호가 적혀 있었다.
영등포구는 “현재까지 해당사항에 대해 서울시, 질병관리청과 논의 중”이라며 “변동사항 또는 지침이 내려오는 즉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영등포구가 예방접종을 전격 중단한 배경에는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독감백신 관련해 사망 신고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없는 80대로 백신 접종 후 3시간 뒤 사망했다.
포항시는 23일 무료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사망 신고가 이어지는 것에 시민들의 불안감을 보여 이를 진정시키려는 조치라는 게 포항시 설명이다.
포항시는 사망 신고 및 독감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유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시 입장도 관내 의료기관에 전달했다.
23일 오후 1시 기준 독감백신 사망 신고는 누적 36명이다. 사망 신고는 전날보다 9명 늘어난 34명이며, 중증 이상반응 신고 후 사망자 2명도 추가됐다.
전날 오후 4시 기준 사망 신고는 누적 25건이다. 사망자 나이는 80세 이상 9명, 70대 12명, 60대 1명, 60세 미만 3명으로 나타났다. 사망 신고만 하루 만에 9명, 중증 이상반응 신고를 포함하면 총 11명이 증가했다.
사망 신고가 이뤄진 독감백신 제품은 Δ보령플루 Δ지씨플루 Δ코박스인플루 Δ플루플러스 ΔSK바이오스카이셀플루 Δ스카이셀플루 Δ박씨그리프 등 특정 제품에 편중되지 않은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사망 사례는 같은 제조사, 제품번호의 백신을 접종한 사례도 있다.
독감백신과 사망 신고 사례에 대한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질병청에 이어 감염병 전문가들도 백신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사망 신고로 인해 이미 국민 우려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한의사협회도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다만 백신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단 1건도 인과관계가 밝혀진 바 없다”며 “국민 불안감 해소와 원인 규명, 의료기관 접종 환경 준비를 위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질병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 우려가 커졌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예방접종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질병청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비공개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독감백신 사망신고 현장을 조사하는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 결과를 토대로 이날 오후에 열리는 전문위 회의에서 예방접종 중단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역당국은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철저히 규명하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밝혀달라”고 말한 만큼 질병청이 전격적으로 예방접종을 보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중단할 경우 국민 우려를 다소 잠재울 수 있지만,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질병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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