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옵티머스 830억 투자경위 수사
전파진흥원은 “기망당했다”며 2018년 대신증권 수사의뢰
옵티머스 펀드의 첫 기관투자가였던 한국통신전파진흥원이 증권사에 먼저 연락해 펀드 개설을 요청한 사실을 검찰이 파악하고 투자 경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올 7월 옵티머스 펀드의 첫 판매사인 대신증권 직원 A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관이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할 테니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설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해와 펀드를 개설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 씨는 “전문투자자인 기관 고객이 찍어서 판매 요청을 해온 경우라 상품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자산 운용 능력과 펀드에 대한 설명도 미흡했지만 그냥 판매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신증권에 먼저 연락해 펀드 가입을 문의한 기관을 전파진흥원으로 파악했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에 2017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060억 원의 기금을 투자했다. 이 중 대신증권이 830억 원, 한화증권이 230억 원을 차례로 판매했다. 당시 자본미달 상태였던 옵티머스는 전파진흥원 투자를 마중물 삼아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옵티머스를 정상화시킨 ‘백기사’ 역할을 했던 전파진흥원은 2018년 10월 돌연 옵티머스와 대신증권을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한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수사의뢰서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대신증권에 기망당해 기관 자금을 편취당한 의혹이 있다”고 적었다. 본인의 펀드 개설 요청에 따라 수준 미달의 펀드를 만들어 판매한 대신증권을 사기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이다. 전파진흥원은 “원리금을 전액 회수해 손해는 없지만 국가의 공적자금이 불법행위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50·수감 중) 등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펀드를 먼저 제안하고 1000억 원을 투자한 지 8개월 만에 수사 의뢰한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2018∼2019년 수사 당시 전파진흥원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며 조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억 원의 민간 및 법인 투자로 연결된 트랙레코드를 만들어준 증권사에 대해 전파진흥원이 적반하장식으로 수사 의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신증권의 펀드 개설 경위 진술을 확인한 지 3개월 만인 16일 전파진흥원과 대신증권 사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