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질병청)은 23일 전문가들을 소집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 26건을 조사했다. 결론은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에 인과성이 극히 낮다는 것. 이에 따라 질병청은 독감 접종 중단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 피해조사반 “접종과 사망 관련 없다”
질병청은 독감 접종 후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이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잇달아 소집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장애, 사망의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을 조사하는 질병청 산하 전문위원회다.
피해조사반은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중간 부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망 26건 모두 독감 백신과의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사망 사례 중 20건을 부검한 결과 8건은 심혈관질환, 2건은 뇌혈관질환, 3건은 기타 원인으로 확인됐다. 7건은 추가 부검이 진행 중이다. 부검하지 않은 6건은 질병사(3건), 질식사(1건) 등 역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예방접종 급성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증후군도 아닌 것으로 피해조사반은 판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조사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 등을 감안해 예방접종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질병청에 권고했다. 질병청은 24일 오전 추가 회의를 연다. 현재로선 접종 지속으로 결론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독감 유행철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2017∼2019년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일은 11월 중순에서 12월 초 사이였다.
접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다음 주부터 모든 무료 접종 대상자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독감 접종 일정은 백신 유통 중 상온 노출 사고로 변경된 바 있다. 변경 일정에 따라 19일 만 70세 이상에 이어 26일 마지막으로 남은 무료 접종 대상자인 만 62∼69세가 받게 된다.
○ 지자체-의료기관 자체 접종 중단
하지만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23일에도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서울, 충남, 전북,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추가로 나왔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에 기저질환자였다. 23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총 36명이다. 독감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도 22일 기준 총 789건 접수됐다. 국소 반응이 147건, 알레르기 179건, 발열 155건, 기타 283건 등이다.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접종을 받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 독감 무료 접종 대상자 가운데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만 12세 이하(1회 접종 대상자)의 70%, 만 13∼18세 49.9%, 임신부 35.1%, 만 62세 이상 어르신 39.8% 등이다. 21일 0시 기준 만 12세 이하 68.8%, 만 13∼18세 48.2%, 임신부 34.1%, 만 62세 이상 31.1%에서 별로 늘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백신에 대한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질병청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 김수현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 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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