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농기계 전문기업 대동공업㈜. 총면적 22만1487m²에 달하는 이곳은 공장 건물 밖 빈 공간마다 수출 농기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직원들은 트럭과 지게차 등을 이용해 생산 자재와 완성품을 나르기에 바빴다. 박인호 대동공업 서비스사업팀 차장은 “노사가 합의해 최근 밀려드는 수출 주문량을 소화하려고 최근 휴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기업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동공업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중소형 트랙터가 말 그대로 ‘대박’ 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당 잔디깎이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중소형 트랙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동공업은 84개월 무이자 할부와 환불 보장 기간 최대 3개월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북미 시장을 공략했다. 8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야구장에 광고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로 하는 메이저리그 광고를 국내 중견기업이 시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한 것도 북미 시장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해외 부품공장의 셧다운(Shut down·일시 업무 정지) 상황을 대비해 국내에 대체 가능한 협력업체를 미리 선정했다. 노재억 대구공장장은 “세계 주요 농기계 제조업체가 셧다운을 겪었지만 대동공업은 멈춤 없이 질주해 북미 시장 내 트랙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동공업 북미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한 1999억 원을 달성했다. 이에 따라 대동공업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사상 최고치인 4921억 원을 기록했다.
대동공업은 한국 농업 기계화를 개척한 김삼만 전 회장(1912∼1975)이 1947년 경남 진주에서 농기구 철공소를 열면서 출발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0대 시절 일본인이 경영하던 철공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며 기술을 익힌 김 회장은 1949년 발동기를 직접 개발했다.
대동공업은 정미소 발동기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동력 경운기와 트랙터 콤바인 등을 잇달아 개발하면서 농기계 제조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30%로 1위다. 전체 직원은 998명이며 이 가운데 연구개발 인력이 130명일 만큼 미래 신기술 투자에 적극적이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액 8329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제품인 트랙터를 비롯해 이앙기와 콤바인 지게차 디젤엔진을 만들며 연간 모두 4만5000대의 농기계를 생산한다. 3세 경영인 김준식 회장과 경영 전략 전문가인 원유현 총괄사장이 대동공업을 이끌고 있다.
대동공업은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독일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달 현지에서 진행한 로드쇼는 반응이 좋았다. 앞서 2018년에는 앙골라 정부와 1억 달러 규모의 농기계 수출 계약을 체결해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요즘 대동공업의 화두는 미래 신기술 개발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3개팀 22명 규모의 미래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김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율주행과 무인주행 기반의 스마트 농기계 개발을 시작했다. 정밀 농업 시스템을 만들고 농업용 로봇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미래 농기계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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