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20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해양 치유 체험을 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파도 소리 들으며 노르딕워킹을 하고 해초 음식도 맛보면서 제대로 힐링을 했습니다.”
20일 오전 전남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
폭 150m의 모래밭이 4km 가까이 펼쳐진 해수욕장에서 20여 명이 스틱을 손에 쥐고 맨발로 백사장을 걸었다. 이어 안마의자처럼 보이는 비치바스켓에 누워 따스한 가을햇살을 쬔 뒤 완도산 해초를 이용한 음식과 꽃차, 비파음료를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한 전국 자원봉사자와 가족들이다.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해양치유 관광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2박 3일 동안 완도의 섬과 수목원, 해수욕장 등지에서 힐링투어를 했다. 경기 김포에서 온 조남근 씨(60)는 “몸과 마음이 한결 건강해진 느낌”이라며 “코로나 블루를 한 방에 날리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지친 심신 치유하는 해양 프로그램
완도군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풍부한 해양자원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건강의 섬’ 완도를 알리면서 지역 관광산업 발전도 이끌고 있다.
해양치유는 해양기후와 바닷물, 해양생물, 해양광물을 활용해 만성 질환을 치료하고 마음도 추스르는 건강 증진 활동을 말한다. 완도군은 해풍, 태양광 등 해양기후 자원을 노르딕워킹, 요가, 명상 등의 콘텐츠에 활용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수중운동을 하고 에어로졸(해수가 섞인 공기 입자)을 흡입하는 것도 해양 치유 프로그램의 하나다. 해수찜과 모래찜질을 하고 해초호떡, 톳유부초밥 등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완도군이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18년 8월. 지금까지 총 140회에 걸쳐 1만3255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된 5월부터 운영했다. 7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개최한 여름 해양치유 체험존 행사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나 많은 4059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가운데 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시마팩 체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치유 효능으로 64%가 스트레스 해소를 꼽았고, 다음으로 피부질환 개선이라고 답해 치유자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친 주민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청산도와 보길도, 금일읍에 이어 11월 소안면과 약산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완도군은 자주 방문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내년에는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안환옥 완도군 해양치유담당관은 “전국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방역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소방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유치하는 성과도 올렸다”고 말했다.
● 해양치유산업 100년 먹거리산업으로
완도군은 해양치유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16년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2019년을 해양치유산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치유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해양치유센터는 올 10월 착공한다.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 일대 7600m²의 터에 총사업비 320억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내년에 완공한 뒤 2022년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지하층에는 해조류·해수 등 해양치유자원 저장시설이, 1층은 수(水)치료 요법을 위한 해수 풀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야외 풀 등 다양한 풀과 치유 시설을 조성한다. 2층 치유공간은 근골격계 관리, 면역 관리, 스트레스 완화, 대사증후군 관리 등 전문적인 질병 치유를 위한 세러피 시설이 들어선다.
완도군은 ‘해양치유 블루존 조성사업’이 지난해 국토부가 공모한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 선정돼 182억 원을 확보했다. 이 사업은 지역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고 낙후된 어촌을 발전시킬 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기후치유센터는 올 12월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개장한다. 다목적홀, 측정실 등을 갖춘 센터는 청정 환경과 기후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밀 의료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사업을 벌인다. 인근에 들어서는 해양치유문화센터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체 오감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치유 공간이다.
이 일대에는 해양치유 바이오연구단지도 조성된다. 120억 원을 투입해 2021년까지 해양기후와 의료를 연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해양치유 스마트랩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5개 사업을 추진한다. 청산면 신흥리에는 내년 12월 해조류 머드 등 12개 테마형 해양치유 체험시설을 갖춘 해양치유공원이 들어선다.
완도군은 해양치유 전문병원과 리조트, 호텔 등 휴양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투자 유치계획을 세우고 활동에 나서고 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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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6 09:33:24
이번년도 들어 가장 힘드신 분들은 의료진분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하셔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셨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