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4호선 안산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오른쪽으로 약 700m 골목 구간에 가게들이 빼곡하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이국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낸다. 이곳은 일명 다문화음식거리다. 베트남, 파키스탄 등 13개국 236곳의 음식점이 영업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8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안산시가 2009년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곳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다문화음식거리에서는 현지인이 직접 만든 다양한 세계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말 최대 4만여 명이 찾던 다문화음식거리는 요즘 5000∼6000명 정도로 방문객이 줄었다. 지병천 안산시 다문화특구 음식거리 상가번영회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 방문객이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돕기 위해 테마 골목 7곳을 관광 거점으로 만든다고 25일 밝혔다. 관광테마골목사업은 기존 골목을 역사와 문화 체험 맛집 생태 레저 등과 연계해 관광 상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한 해 100만 명이 찾는 대구 방천시장 인근에 조성된 벽화거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골목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용훈 경기도 관광과장은 “맞춤형 테마 골목을 만들어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골목경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올 초 기초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관광 테마 골목으로 △수원 화성 행리단길(시간여행) △안산 원곡동 다문화음식거리(음식) △평택 신장쇼핑로 솜씨로맵씨로(양복) △김포 북변동 백년의 거리(예술여행) △이천 도자예술 마을 회랑길(도자기) △포천 이동갈비 골목(갈비) △양평 청개구리 이야기 거리(시장여행) 등 7곳을 선정했다. 선정된 대상지에는 문화기획가, 여행작가, 지역주민 등에게 자문해 스토리텔링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광 코스와 테마 프로그램을 만든다. 국내 인플루언서 등이 홍보도 한다.
예를 들어 맛집과 카페가 몰려 있는 수원 화성 행리단길에는 오밀조밀 붙은 개성 있는 가게 주변에 포토 포인트를 조성하고 루프톱 카페에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한다. 또 근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수원화성 투어와 공방 체험도 할 수 있게 한다.
안산 다문화음식거리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향 음식을 소재로 ‘원곡동으로 떠나는 세계음식 여행’ 콘텐츠를 만들었다. 10명 내외의 시민을 상대로 다음 달 말까지 매주 주말 4회의 미식투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1인당 3만 원을 내면 하루 최대 3시간 30분 동안 인도의 커리, 중국의 마라향어, 태국의 똠얌꿍, 우즈베키스탄의 사슬릭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재미있는 설명과 함께 먹을 수 있다. 박대동 경기관광공사 국내마케팅 파트장은 “다문화 주민을 대상으로 음식문화 해설사를 육성하고 미식투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포 북변동 백년의 거리에서는 100년의 세월이 만들어 놓은 오래된 골목 속 이야기를 발굴하고, 포천 이동갈비 골목에서는 갈비골목의 추억 여행을 할 수 있게 한다. 도는 테마 골목별 컨설팅 결과를 보고 다음 달까지 골목 고유의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관광상품 개발, 벽화·설치미술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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