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조번호 백신 맞은 사망자 8명도 ‘접종 탓’ 확인사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정부 독감접종 계속 실시하기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지난 23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일시중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0.10.23/뉴스1 © News1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신고가 접수된 사망 사례는 48건(24일 기준)이다. 16일 처음으로 인천에서 고교생이 숨진 지 8일 만이다. 주말에도 건수는 줄었지만 사망 사례가 신고됐다. 하지만 정부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위) 판단을 근거로 접종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25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예방접종위는 사망 사례 26건과 접종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판단의 핵심 근거는 기저질환과 부검 결과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망자 20명을 1차 부검한 결과, 13명의 사인은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 등이었다. 생전에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부검으로 확인된 것이다. 나머지 7명은 추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부검하지 않은 6명은 사인이 질병과 질식 등으로 접종과 무관했다. 1차 부검에선 백신 탓에 접종 부위에 염증이 발생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2차 부검에선 조직검사와 더불어 혈액검사를 통해 히스타민(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 등의 농도를 측정하게 된다.

같은 로트(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망자 8명 중에서도 접종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례가 없었다는 게 예방접종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질병청과 예방접종위는 같은 제조번호 백신 접종자가 중증 이상반응을 일으켜도 인과관계가 확인돼야 백신 재검정이나 접종 중단을 검토할 방침이다.

접종 시기를 늦추기 어려운 사정도 고려됐다. 11월 중순경 독감이 유행하는데 접종이 또 미뤄지면 이른바 트윈데믹(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독감이 동시 유행) 대응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접종 기간이 짧을 경우 접종 희망자가 몰리면서 고령자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령자가 추운 날씨에 접종을 받기 위해 장시간 서 있으면 혈전이 생겨 돌연사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접종 대기 중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예진 시 아픈 증상이나 만성질환, 알레르기 병력을 의료진에 알릴 것을 당부했다. 접종 직후에는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을 살피고, 접종 당일은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독감 발생 기간(2019년 7월∼2020년 4월)에 접종 후 일주일 이내에 숨진 노인(만 65세 이상)은 1531명이다. 이는 전체 노인 접종자(약 668만 명)의 0.02% 수준이다. 이들의 사인은 접종과 무관했고 대부분 기저질환이었다는 것이 질병청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와 경북 포항시 등은 접종 보류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또 26일부터 예정대로 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질병청의 1차 조사 결과 발표에도 시민들의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온 노출과 침전물 발견 등으로 독감 백신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탓이 크다. 주말에도 경북 경산시와 예천군에서 80대 2명이 숨지는 등 접종 후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고 정부 결정에 따라 예방접종에 계속 참여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송혜미 기자
#제조번호#백신#독감#사망자#확인사례#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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