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 62~69세 노인을 대상으로 독감(인플루엔자)백신 무료접종을 재개한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6동 한국건강관리협회 앞에 모처럼 줄이 만들어졌다. 지난 13일 독감백신 접종을 재개한 뒤 약 2주 동안 사망사례가 늘자 주춤하던 예방접종이 노년층 무료접종 재개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줄을 선 이들이 20~30여명 목격됐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부터, 다리가 불편해서 자녀 부축을 받고 접종에 나선 여성도 눈에 들어왔다.
이모씨(64)는 “평소 오전에는 산책하는데, 아들이 ‘꼭 주사 맞으시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해서 오게 됐다”면서 “코로나19 무서우니 (백신) 주사라도 맞아서 (이중감염) 위험은 없애야지”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김모씨(67)는 ‘접종 뒤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도 (독감백신을) 맞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접종 뒤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지만, 오랜 경험상 맞는 게 그래도 건강에 나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백신을 맞으로 온 어르신들은 사망 사고에 대한 걱정이 덜했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자녀세대를 중심으로 집안 어르신의 접종에 대한 우려가 퍼지기도 했다. 이른바 ‘맘카페’로 불리는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양가 부모님 독감 접종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어떤 백신이 좋을지도 고민이다’는 하소연이 여전히 퍼지고 있다. ‘직접 접종해야 하는 부모님들이 심리적으로 힘드실 거 같다. 정부의 접종 권고가 오히려 지켜지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접종대상자는 긴장을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접종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망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초조하지 않게 접종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자녀세대의 하소연인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앞서 백신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확인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올해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자는 48명이다. 48명 중 26명의 사인을 분석한 결과, 부검을 하지 않은 6명 가운데 4명은 질병사와 질식사가 각각 3명, 1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명은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역학조사 중이다. 이들 6명 모두 예방접종과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검을 진행한 20명은 심혈관질환 8명, 뇌혈관질환 2명, 기타 3명으로 조사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브리핑에서 “올해는 독감백신에 대한 많은 이슈가 있었고, 불안감이 있어 신고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상온노출, 백색입자 백신과 사망도 연관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이자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그는 26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분자(독감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람)만 보지 말고 분모(노년층 중 전체 사망자 등)를 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 수에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 교수는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 중 하루 약 65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나온다”라며 “지난해에는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에도 다른 요인하고 연결을 했을텐데 올해는 독감 백신 얘기가 계속 나오니까 이것과 연결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밝히며 접종 뒤 노년층 사망과 백신 접종 간 개연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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